by최정희 기자
2017.07.02 12:05:00
신한BNPP커버드콜펀드에 8000억 넘게 유입
4차산업혁명·IT관련주 강세..IT레버리지ETF 6개월간 90% 수익률
목표전환형 `착한펀드` 내세워 춘곤기 견디기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5월 중순경 3년짜리 폐쇄형 뱅크론 펀드를 출시해 1억달러(약 1142억원)규모의 자금을 모으려다 실패했다. 올 초까지만해도 프랭클린 뱅크론 펀드엔 3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모였으나 기대치보다 수익률이 낮아지자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때 아닌 ‘커버드콜펀드’다. 콜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을 취해 약세장에 대비한 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활황을 보였으나 여전히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안전자산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를 공략한 결과다. 이렇다보니 증시가 오르는데도 주식형 펀드 설정총액은 연초보다 5조4000억원가량 줄면서 자산운용사나 판매사 모두 웃을 수 없었다. 춘곤기를 이겨내기 위해 판매와 운용보수를 인하한 ‘착한펀드’가 인기를 끄는 등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한 펀드들이 주목을 받았다.
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신한BNPP커버드콜펀드에 올 들어 87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모여들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7.4%로 코스피 지수 상승률(17.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달 콜옵션을 매도해 그 댓가로 월 평균 1.5%의 프리미엄을 받아 이를 확정 수익으로 가져간단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상철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팀장은 “코스피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커버드콜펀드는 지수가 크게 하락하지 않고 옆으로 기더라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단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자, 배당 등 확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인컴(Income)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자펀드와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자펀드엔 각각 2500억원, 1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해외하이일드채권에 투자하는 AB글로벌고수익펀드에도 51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형보단 채권 등 인컴을 받을 수 있는 펀드 위주로 팔렸다”고 말했다. 반면 올초까지 주목을 받았던 뱅크론 펀드는 수익률이 낮아지자 5월부터 서서히 자금이 빠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한 탓에 투자자 대부분이 증시 상승장의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자펀드 등의 6개월 수익률은 10.5%로 높은 수준이지만 코스피 상승률보다 낮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 상무는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했으나 국내 주식형 펀드는 환매로 대응했다”며 “시장은 올랐는데 돈이 안 들어오면서 시장을 놓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판매량은 월 평균 전년말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났으나 이보다 더 많은 규모가 환매된 영향이다.
4차 산업혁명이나 IT부문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인기를 끌었다.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자펀드엔 1900억원 가량이 유입됐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꾸준히 잘 나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장기 임차한 워싱턴 소재 건물의 임대 및 매각 차익에 투자하는 펀드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부동산펀드에 24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운용사나 판매사들은 목표수익률 미달시 운용보수는 물론 판매보수까지 인하한 `착한펀드`를 출시했다. 증시 활황에도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된 탓에 춘곤기를 이겨내기 위한 마케팅 상품의 일환이다. 지난달 출시된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목표전환2펀드는 2주간의 모집기간 동안 74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NH-Amundi든든한중소형주목표전환펀드에도 680억원 가량이 유입됐다. 이 펀드들은 사전에 정한 목표수익률을 못 넘으면 판매나 운용보수를 깎는다. 미래에셋목표전환2펀드는 첫 가입부터 6개월까지 총 보수는 1.35%이지만, 목표수익률 미달시 1년 후엔 0.525%로 급감한다.
만기와 목표수익률을 사전에 정해놓고 수익률 달성시 청산하는 목표전환형 펀드도 올 들어 29개나 출시됐다. 2011년 이후 6년만에 가장 많은 상품이 나온 것이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은 “수익률 달성 기간은 짧게 잡고 수익이 어느 정도 나면 시장에서 나오자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목표전환형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판매사 등에서 펀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목표수익률 달성시 조기 청산되는 방식의 목표전환형 펀드를 선호한단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