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돋보기] 야당 당명 총선 이후 또 바뀐다 전해라

by김성곤 기자
2016.01.16 21:47:05

與野 정당 역대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 반복하며 당명 교체
97년 대선 이후 한나라당 15년 고수…野 상대적으로 잦은 변경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4.13 총선을 불과 80여일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이 한창입니다. 아연실색할 일은 또 당명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야당의 당명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현재 야당의 당명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으로 양분된 가운데 천정배신당, 박주선신당, 박준영신당, 민주당 등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약칭이 민주당인지 더민주당인지 아니면 더민주인지 아리송합니다. 국민의당 역시 약칭이 국민당 아닌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약칭은 ‘더민주’입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약칭 없이 ‘국민의당’을 사용합니다.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총선 막판으로 가면 ‘국민과더불어민주당’이 되지 않겠느냐고 비아냥거릴 정도입니다.

與野, 97년 대선 이전 선거 때마다 당명 변경

선거를 앞두고 매번 당명을 바꾸는 게 마땅치 않습니다. 미국의 공화당이나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이나 보수당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문제는 해도해도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물이지 당명이라는 포장지가 아닙니다.

1997년 대선 이전까지는 여야의 당명 변경은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집니다.

1988년 13대 총선부터 살펴볼까요. 이른바 1노3김 구도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듬해 치러진 선거였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여야 거대 양당구도가 익숙하지만 그 당시에는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 다당구도였습니다.

1992년 14대 총선은 여야 모두 당명이 바뀝니다. 1990년 이른바 3당 합당이 이뤄지면서 현 새누리당의 모태가 되는 민주자유당 이른바 ‘민자당’이 탄생합니다. 야권은 3당 합당에 반발한 이른바 꼬마 민주당과 DJ가 이끄는 평화민주당이 힘을 합치면서 ‘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꿉니다.

4년 뒤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또 당명이 바뀝니다. 여권이 찢어지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도한 신한국당과 김종필 전 총재가 주도한 자유민주연합으로 분리됐습니다. 야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로 이름을 바꿉니다.

◇97년 대선 분기점 與 당명 고수 vs 野 누더기 수준 변화

1997년 대선은 여야 당명 변화의 분기점이었습니다. 신한국당이 DJ 정계복귀에 반발한 민주당 세력을 통합해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꾼 이후 여권은 당명을 교체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대선에서 승리한 새정치국민회의의 이후 당명 변화는 일일이 기억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했습니다.

우선 대선에서 패한 한나라당은 이후 15년간 똑같은 이름을 고수했습니다. 차떼기 대선자금 후폭풍으로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웠을 때는 물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여타로 17대 총선에서 사상 최악의 패배가 예상됐을 때에도 당명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MB정부 시절 이른바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여권이 친이계와 친박계로 확 갈렸지만 분당과 당명 변경만은 없었습니다. 다만 4년 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97년 대선 이후 현 야권의 당명 변경사는 ‘안습’ 그 자체입니다. 너무 잦은 이합집산으로 누더기 수준입니다. ‘민주’라는 성에 새천년, 새정치, 통합이라는 이름이 끝없이 붙습니다. 2000년 16대 총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이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분열합니다. 특히 백년정당을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은 창당 4년도 되지 않아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바뀝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또 민주당으로,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는 민주통합당,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또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명을 사용했습니다.

◇4.13 총선 이후 야권의 당명은?

4월 13일 이후 총선 결과가 나오면 여야의 당명은 또 어떤 변동이 있을까요? 물론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불허입니다.다만 제1야당의 지위를 놓고 다투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총선 성적표는 서로 엇비슷할 수도 있고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완전히 압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어느 쪽이든 과연 2017년 대선 때까지 현재 야권의 당명이 또 유지될 수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잦은 당명 변경에 유권자는 혼란스럽습니다.한 가지 확실한 것은 총선 이후 야권의 새로운 당명이 출현할 것 같고 ‘민주’라는 이름도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야권의 당명이 그냥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오래 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작지만 그게 한국정치의 발전인 것 같습니다.

[표] 87년 이후 역대 선거별 주요 정당명

●1987년 13대 대선 - 민주정의당 노태우, 통일민주당 김영삼, 평화민주당 김대중,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1988년 13대 총선 -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신민주공화당



●1992년 14대 총선 - 민주자유당, 민주당, 통일국민당

●1992년 14대 대선 - 민주자유당 김영삼, 민주당 김대중, 통일국민당 정주영, 신정당 박찬종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 민주자유당, 민주당, 자유민주연합

●1996년 15대 총선 - 신한국당, 새정치국민회의, 통합민주당, 자유민주연합

●1997년 15대 대선 - 한나라당 이회창,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국민신당 이인제, 건설국민승리21 권영길

●1998년 제2회 지방선거 - 한나라당, 새정치국민회의, 자유민주연합

●2000년 16대 총선 -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자민련

●2002년 16대 대선 - 한나라당 이회창,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민주노동당 권영길

●2004년 17대 총선 -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민주노동당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2007년 17대 대선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한나라당 이명박,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무소속이회창

●2008년 18대 총선 -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2012년 19대 총선 -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통합진보당

●2012년 18대 대선 -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통합진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