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영재 기자
2011.11.02 11:05:41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줄지어선 현대·기아차 광고 눈길
러人 보드카 ''곤드레 만드레'' 옛말..길거리 음주 금지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바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순간 도로 양쪽에 줄지어 늘어선 현대·기아차(000270)의 광고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숙소인 코트야드메리어트푸시킨 호텔까지 이동하는 1시간 남짓 가로등 보다 오히려 광고판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현대·기아차가 이 도시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셈.
실제로도 현대·기아차의 러시아 전역 시장점유율은 이미 10%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특히 지난 9월말 현재 러시아 승용·소형 상용 수입차 시장에서 1만5317대를 팔아 외국 브랜드 가운데 월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005380)는 또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도 11만4161대를 기록, 수입 브랜드 중 2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가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가격경쟁력에 따른 판매신장과 더불어 올해 1월 초부터 본격 양산 체제에 들어간 까멘까 현지 공장 때문이란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까멘까공장은 상트시에서 북서쪽으로 40분 정도 거리에 있다.
현대차는 5억5000억달러를 투자해 총 200ha 규모의 공장을 건립, 연간 2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이 공장은 부품생산에서부터 조립에 이르는 전 공정을 갖춘 러시아 내 유일한 외국계 자동차 공장으로 손꼽힌다. 기아차도 부품공장을 갖고 있다. 현지 고용창출만 2000여명에 달한다.
현지 관계자는 "러시아인들 사이에 현대·기아차가 품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입소문 나 있다"며 "디자인도 이탈리아 자동차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에 딜러망 강화, 경쟁사인 일본 혼다차의 대규모 리콜도 현대차 판매량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주문량도 달리고 있다. 한 번 주문해서 보통 2~3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차는 현지전략 차종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다.
현대·기아차의 현지 공장설립과 고용 창출 등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크게 개선시키고 있다. 또 다른 현지 관계자는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과거 한국을 `졸부`로만 치부하던 현지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보드카를 마시며 길거리를 다니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은 이제 옛 풍경이 됐다. `길거리 음주`가 법으로 금지됐고 밤 11시가 되면 시내술집도 모두 문을 닫기 때문이다. 상트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도시를 방문한 1일 저녁 보드카는 물론 알코올도수가 낮은 와인이나 맥주를 들이키는 현지인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