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지금 내 투자법은 올바른가

by하상주 기자
2006.01.09 12:20:26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다음은 대한미국 시민 김씨가 주식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먼저 신문이나 방송에서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위에서 아는 사람이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 사람은 이것 저것 따져보아도 나보다 별로 잘난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앞으로 한국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도 한번 주식투자를 해보기로 작정하고 은행에 저축해둔 돈을 찾아서 증권회사로 가 증권계좌를 열었다. 그리고는 다시 신문이나 방송, 또는 가끔씩 증권회사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보고 앞으로 주가가 많이 올라갈 것 같은 몇 개 회사에 조금씩 나누어서 투자를 했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삼성전자가 좋다고 하고, 현대자동차를 좋다고 하고…….

이러다 보니 좋다고 하는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투자한 회사 수가 자꾸 늘어나고 투자한 돈의 양도 자꾸 많아졌다.

그런데 이런 회사를 사고 나면 이상하게도 다른 회사의 주가는 올라가는데 내가 산 회사들은 주가가 떨어지거나 또는 옆으로 간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주가가 약 10% 정도 떨어지니까 조금씩 겁이 난다. 더 많이 떨어지면 손해가 크다.

값이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더 떨어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팔아버린다. 그러면 또 이상한 일이 생긴다. 내가 주식을 팔고 나면 다시 그 주식의 가격이 올라간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한번 판 회사 주식은 그 뒤로 값이 올라가도, 그리고 주위에서 그 회사 주가가 많이 올라갈 것 같다는 얘기를 해도 두 번 다시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다음에는 10% 정도 떨어지더라도 팔지 않고 더 견디어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드디어 그런 때가 왔다. 이번에도 주식의 값이 10% 정도 떨어졌다. 속으로는 겁이 났지만 그래도 한번 견디어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려오든 주가가 하락을 멈추고 조금 올라갔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은 산 값에서 20%나 빠졌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팔고 말았다.

물론 내가 산 주식이 모두 떨어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평균으로 보면 10개 회사 중 3개 정도는 떨어지고, 5개 정도는 산 가격 근처에 있고, 2개 정도는 10% 이상 올랐다. 주식이 산 가격에서 약 10% 정도 올라가면 팔고 싶다. 혹시 잘못하여 떨어지면 큰일이다. 올라간 것을 빨리 현금으로 만들어두어야 마음이 편하다.

어떤 경우는 내가 팔고 나면 그 주식이 정말 기분 좋게도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짜증나게도 내가 팔고 나면 지금까지 올라간 것보다 더 많이 올라가버린 경우도 있다.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2005년 한해의 투자성과를 보면 약 10% 정도 투자금액이 늘어났다. 은행에 저축한 것보다는 더 좋은 수익이다. 그러나 시장 전체는 지난 한 해에 약 50%나 값이 올랐다고 하고 어떤 개별 회사는 2배, 3배로 값이 올라간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에 비하면 형편없이 낮다.

뿐만 아니라 은행에 예금해두면 그냥 잊어버리고 있어도 되는데 주식에 투자하느라 이것 저것 마음 고생 한 것을 생각하면 그다지 괜찮은 것도 아니다. 물론 때로는 돈을 벌어 기분이 짜릿한 경험도 했다. 이런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한국 경제에 대한 생각도 옛날보다는 더 많이 하게 되었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도 자꾸만 주식투자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렇게 고생했는데도 개별회사에 투자해서 겨우 10%밖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시장 전체 지수에 투자해놓고 그냥 잊어버리고 있어도 이보다 훨씬 더 높은 50%의 수익이 가능했다.

올해는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별회사에 투자하면 때로 상한가도 치고 하여 마치 낚시꾼처럼 짜릿한 맛을 느낄 수도 있다. 시장 지수에 투자해두면 너무 가격 변동이 작아서 별로 투자하는 재미가 없다. 가능한 빨리 많은 돈을 벌고 싶다. 하루하루 가격이 많이 움직여야 투자하는 맛이 난다.



나는 이렇게 정리한 글을 들고 연초에 점집을 찾아가는 심정으로 소위 투자 전문가라는 사람을 찾아가 내가 투자하는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음은 그 사람이 내린 진단과 처방이다. 마치 의사의 처방전처럼 날려 써서 어떤 것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지만 나의 문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다음의 것이 가능할 때만 개별회사에 투자하라.

그렇지 않으면 시장 지수에 투자하라. 그렇다고 늙어 죽을 때까지 계속 시장 지수에 투자하라는 말은 아니다. 시장 지수에 투자하더라도 시장에서 발을 뺄 때와 시장에 발을 넣을 때를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고 싶다고? 그것은 나도 모른다.

2) 어떤 회사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그 회사에 투자하는 근거를 2~3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공책에 적어두어라. 비록 그 근거가 남이 하는 말이라도 괜찮다. 내가 그 말에 동의하는 마음이 들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그 마음은 주관적 희망사항이 아니라 개관적 실현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3)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겁이 나지 않을 회사에만 투자하라.

즉 그 회사에 대한 믿음이 확실할 때 투자하라는 말이다. 처음 회사를 고를 때 이것저것을 다 따지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디서 갑자기 태풍과 같은 일이 아니고는 회사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회사에만 투자하라.

4) 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말은 가능한 믿지 마라.

여러 사람들이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어떤 회사 주식을 사거나 팔지 마라. 여러 사람이 똑 같은 말을 하면 그 반대를 생각해보아라. 모든 사람이 파란 신호등에 멈추고, 빨간 신호등에 길을 건너간다고 같이 따라 하지 마라.

남을 따라 하면 중요한 순간에 치명적인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빨간불에 지나가다 차에 다쳐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모두 같이 바보가 되었다고 내가 바보가 아닌 것은 아니다.

5) 오늘 시장이 어떻게 되고, 오늘은 무슨 회사가 좋고, 일년 뒤의 시장 지수는 얼마고…. 이런 말을 믿지 마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스스로도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가끔이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다른 사람 앞에 나설 만큼 자신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6) 인생과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는 불확실한 것이 가득찬 세계다.

이 불확실한 것에 겁이 나면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이 통째로 불확실한 것은 아니다. 주식투자나 인생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최대한 확실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