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근모 기자
2004.06.25 11:05:00
[edaily 안근모기자]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심화되고 국론이 더욱 분열되고 있다고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한국에서 새롭게 일고 있는 반미감정 및 이라크 파병 반대 여론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에서 "이라크 사람들은 우리를 원치 않는다. 우리에게 파병을 강요하고 있는 부시는 비난 받아야 한다"는 인권운동가 박은주씨의 말을 전하면서, 김선일씨 피살로 인한 한국 국민들의 분노가 테러리스트들은 물론 한미 동맹관계로도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같은 현상이 파병과 관련한 노무현 정부의 태도에서도 비롯됐다고 보는 듯한 시각을 나타냈다. 신문은 "다른 동맹국들과는 달리 한국의 지도자들은 이라크전 참가의 도덕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았다"면서 "한국 정부는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면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미국이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해 강경노선을 걷는 동안 한국은 김정일 정권과 화해를 모색해왔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의 침공을 물리쳐준 미국과의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온정여론과 반미감정이 한반도의 장기적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는 약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며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적극 지지한 음대생 김빛나리양의 말을 전하면서 신문은 반미감정이 새롭게 일어나는 가운데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관한 한국내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BBC뉴스는 "우리 정부는 독립성을 잃었다. 미국은 우리에게 파병 압력을 넣어왔다. 이라크 침략전쟁으로 인해 우리마저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돼 버렸다"는 파병반대 시위자 김상원씨의 말을 전하면서, 미국이 세계 평화와 동북아 안전을 위협한다고 보는 시각이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그러나 나이 많은 한국사람들은 한미동맹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면서, 한미 관계의 재정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국론분열이 김선일씨의 죽음을 계기로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많은 한국인들이 이라크 파병으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목표가 됐다는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으며, 파병을 압박해 온 미국을 성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만약 한국이 `은자(隱者)의 나라`에서 벗아나고 싶다면, 해외에서의 민간인 테러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김선일씨 추모집회에 참석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볼 때, 한국인들이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수행하는데 따르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지 불분명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또 김선일씨 피살로 인해 이라크에서의 사업기회를 노리던 한국 기업들의 야망이 흐려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