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 4분의 1이 부동산…일자리 창출 기여 ‘뚝’
by박종오 기자
2018.04.15 15:59:11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의 4분의 1가량이 부동산업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담보 대출 등 빚을 못 갚을 위험이 낮은 손쉬운 대출을 주로 늘리며 대출 편중이 심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이나 생산 증가에 도움 되는 분야로의 자금 유입도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15일 발표한 ‘은행의 생산적 자금 공급 현황’을 보면 국내 14개 은행(국책은행·인터넷 전문은행 제외)의 전체 대출액 중 기업 대출액 비중은 작년 말 현재 46.7%로 2010년 말(48.8%)보다 소폭 하락했다. 대출 총액이 2010년 말 829조1000억원에서 작년 말 1219조5000억원으로 47.1% 늘었지만, 기업 대출은 404조5000억원에서 569조4000억원으로 40.8% 증가하는 데 그쳐서다. 가계 대출이 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얘기다.
이 기간 조선업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완화 등에 따라 은행도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등 사업 전략을 바꿨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대출의 내용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기업 대출 중 담보 대출(보증 대출 포함) 비중이 작년 말 65.2%로 2010년 말(48.3%)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채권 회수와 위험 관리가 쉬운 대출을 주로 확대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특히 부동산업 편중 현상이 심화했다.
부동산업 대출액은 작년 말 기준 143조1000억원으로 전체 기업 대출의 25.1%를 차지했다. 7년 전인 2010년 말 68조9000억원(전체의 17%)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기업 대출 총액의 4분의 1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일자리나 생산 증가에 기여하는 자금의 공급 비중도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은행의 기업 대출액을 생산 유발, 일자리 창출, 신용 대출 등 3개 측면으로 나눠 후방 산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 전방 산업 생산 기여도, 고용 유발 계수 등을 기준으로 업종별 가중치를 적용해 생산적 대출액을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생산 유발 기준 생산적 대출액은 작년 말 현재 전체 대출액의 37.1% 수준에 그쳤다. 대출 비중이 2010년 말 45.4%에서 8.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일자리 창출 기준 생산적 대출 비중도 작년 말 37.8%로 2010년 말(44.7%)보다 크게 뒷걸음질했다.
생산 유발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은 부동산업 대출만 ‘나홀로 증가세’를 보인 영향이다. 신용 대출 기준 생산적 대출액도 2010년 이후 연평균 0.8%씩 감소하며 담보 없이는 신규 대출을 하지 않는 은행의 보수적 영업 관행이 심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생산적 대출 현황 발표는 지난 2일 취임한 김기식 금감원장이 금융 감독 관련 분석 자료와 통계 등을 외부에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김영주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경제 활성화, 혁신 성장 지원 등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부동산업 대출 등 비생산적 분야로의 과도한 자금 공급을 억제할 것”이라며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지난 1월 발표한 자본 규제 개편 방안 등 제도 개선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동시에 은행의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유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