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의 숨은 보석 '벤모', 승승장구..2분기에만 16억弗 송금

by김혜미 기자
2015.08.16 14:51:29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뉴욕 맨해튼에 거주 중인 한국계 미국인 테일러 여(28) 씨는 최근 친구들과 식사를 하면 벤모(Venmo)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이 앱을 이용하면 현금을 갖고있지 않아도 음식값을 계산한 친구에게 식사값을 곧바로 이체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금을 들고다니지 않아도 되고 잊어버리거나 할 일이 없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에서 지난달 분사한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이 소유한 벤모는 이제 미국에 거주하는 젊은이라면 반드시 사용하는 앱 중 하나가 됐다. 투자 정보 사이트 씨킹알파(Seeking Alpha)는 최근 벤모를 ‘페이팔 포트폴리오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숨은 보석’이라고 소개했다.

벤모 앱에서는 이용자들이 어디서 언제 누구에게 송금했는지를 공개할 수 있다.(출처 : 벤모 홈페이지)
송금결제 서비스 앱인 벤모는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더치페이가 생활화돼있고 은행 송금 수수료가 비싼 미국에서 출시 직후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벤모는 지난 2009년 소액 결제를 위한 기업으로 출범했으며 2012년 모바일 결제서비스업체 브레인트리(Braintree)가 262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 다음해 2013년 페이팔이 브레인트리를 8억달러(약 9397억원)에 인수하면서 벤모 소유권도 갖게 됐다.



벤모는 개인 간 소액거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기존의 페이팔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벤모는 일 주일에 1인당 300달러까지만 송금할 수 있고 신용카드에 대해서만 수수료 3%를 책정할 뿐 체크카드나 계좌이체로 송금하면 수수료가 전혀 들지 않는다. 송금 절차도 처음 이용자의 카드 정보를 입력해두면 상대방 아이디만으로 송금이 가능해 매우 간편하다. 지난 2분기 벤모 이용자들의 송금 규모는 16억달러(약 1조8800억원)로 250%의 서비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벤모가 인기를 모으는 이유는 송금 수수료가 비싼 미국에서 개인 간 송금을 무료로 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흥미 있는 내용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공개를 설정할 경우 사용자 지인들이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무엇에 대해 송금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다만 벤모는 아직 사업 시작 단계로 별다른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벤모가 결국 소액 상품을 판매하거나 신용사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페이팔은 벤모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초 다니엘 슐먼 이베이 회장은 “올해 벤모 이용자들을 페이팔 생태계에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벤모 이용자들은 P2P(개인간) 송금 외에도 페이팔 구매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