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공모 `스타트`...이팔성 회장 복심은?

by좌동욱 기자
2011.02.18 11:03:03

이팔성 회장 회장 변수 부각..우리은행장 인사 `오리무중`
경남은행장 박영빈 대행 유력..광주은행장은 교체 가능성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지주(053000) 계열 은행장 공모절차가 18일부터 시작된다.

우리금융은 오는 25일까지 공개 모집과 헤드헌팅사 추천을 통해 은행별 행장 후보자를 접수, 서류심사를 거친 후 3월 둘째주 면접(인터뷰)을 통해 은행장 내정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이날 은행별로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어 공모방식과 일정을 확정한다. 일정은 공모접수 결과에 따라 늦춰질 수도 있다. 

우리금융이 정부 소유인 만큼 계열 은행장 인사는 정부 의중에 따라 결정돼 왔다. 정권실세와 거리가 은행장 `보증수표`였다. 물론 이번에도 이런 인사 원칙은 유효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도 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출범 후 처음으로 이팔성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과거에 없던 `회장 변수`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여년 임기동안 지주사가 은행을 제대로 콘트롤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밀어준 배경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은행장 뿐만 아니라 지주와 은행 임원들도 제각각 외부에서 살길을 찾았다. 심지어 지주사 임원이 회장과 갈등을 빚는 현상까지 있었다.

이 회장은 연임을 계기로 이런 `고질적인 병폐`를 뜯어고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첫 단추가 은행장 인사다.

우리금융이 부회장 선임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회장의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회장 보다 한단계 직급이 낮은 부회장을 선임, 행장과 동급으로 만들겠다는 것. 2001년 우리금융 출범 당시에는 우리은행장이 우리금융 부회장직을 겸직했다. 

이 회장은 고심끝에 행추위에도 직접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 내규에 따라 회장이 추천한 자를 행추위원으로 선임할 수도 있었다. 은행장 후보 면접을 직접 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회장이 행추위원이 되는 경우 행추위 위원장이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위원들간 호선으로 위원장을 정한다.

다른 6명의 행추위원은 지주 사외이사 2명, 외부 전문가 2명, 주주대표(예금보험공사) 1명,은행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이 회장이 그동안 지주나 은행 사외이사들에 대해 들인 공을 생각하면 이 회장의 투표권은 `한표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





현재 우리은행장 후보로는 우리금융 윤상구 김정한 전무와 우리은행 이순우 수석부행장,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 이병재 사장 등 4명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당초 은행 내부에서는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非)고려대 비(非)한일은행 출신으로 이 회장(고려대·한일은행)과 출신성분이 달라 인사에 따르는 잡음이 적고, 현직 수석부행장 직위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최근 은행장 덕목으로 "해외진출을 위한 글로벌 감각과 시대에 걸맞는 혁신능력"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오리무중`으로 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우리금융의 경영과제에 대해서도 첫째, 해외진출·비(非)은행 업무 강화 둘째, 우리금융 민영화 셋째, 리스크 관리 넷째, 조직·인력 혁신 등 순으로 재정립했다. 1기와 비교하면 해외진출, 리스크관리, 조직 혁신 과제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김정한 전무는 1956년생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고, 후보군에서 유일하게 해외 지점장(뉴욕 지점장)을 역임했으며, 리스크관리 업무를 맡고 있어 최근 부상하는 후보다. 상업은행 출신이라는 것도 조직사기에 가점요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대학 후배(고려대 법대)라는 점과 은행 입행동기들이 현직 부행장이라는 점이 부담요인이다.

윤상구 전무는 지난 임기동안 우리금융 민영화와 혁신 인사 등 까다로운 업무를 깔끔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묵하게 맡은 소임을 다하는 업무스타일로 우리금융 출신 OB들로부터 두루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조직 장악력을 높일 수 있는 적임자중 한명이다. 또 55년생으로 다른 후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측이다. 그러나 이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게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병재 사장은 `경북 영주의 3재(才)`로 불리는 `이정재家`의 4남으로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 `유명한 형`들을 두고 있어 조직 안팎의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경북고와 고려대에서 야구선수를 한 경력이 있지만, 특기생이 아니라 시험을 치고 학교에 들어갔을 정도로 머리가 명석하다. 하지만 이 회장과 같은 대학출신(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라는 게 부담요인이다.

이순우 수석(런던), 윤상구 전무(LA), 이병재 사장(LA·도쿄)은 각각 과장과 차장 시절 해외 근무 경험이 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부출신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회장과 출신지역, 은행, 대학 등으로 인맥을 형성할 수 밖에 없다"며 "회추위원들도 상업은행이나 한일은행, 고려대나 비고려대와 같은 이분법적 논리보다 은행장 자질이나 능력을 더 평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입장에서도 회추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 때문에 특정후보를 미리 밀어줄 필요가 없다. 현재 거론되는 우리은행 내부출신 후보라면 누구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인사권을 가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은행장은 내부 출신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은행장은 올해초부터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영빈씨가 유력하다. 광주은행장 후보로는 송기진 은행장 연임 가능성도 있지만, 노조의 공개적인 연임 반대 입장이 회추위원들에게 부담이다. 광주·전남 출신 전·현직 우리은행 임원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