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냉탕~온탕..MB 부동산대책 `롤러코스터`
by박철응 기자
2010.08.27 10:37:01
시장상황 따라 냉온탕 반복
유동성 관리 원칙도 오락가락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횃불과 얼음을 함께 들고가야 하는 난제였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대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변화무쌍함을 보여왔다.
출발부터 그랬다. 대선 직후 이른바 `이명박 효과`로 집값이 불안 조짐을 보이자 공약으로 내걸었던 규제 완화에 대해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추진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강만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는 세금을 통한 부동산 정책을 지양하고 유동성 관리, 즉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통한 집값 안정책에 주력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부동산 제도를 1년 가량 시행해보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1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던 듯 하다.
2008년 6월 한시적으로 취득·등록세를 50% 감면하고 일시적 1가구 2주택 양도세 면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것은 부동산 규제완화의 신호탄이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역시 70%까지 높여주면서 유동성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원칙을 몇 달만에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후 2008년 하반기는 화끈한 규제 완화의 연속이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두 달 후인 8월에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5~10년에서 1~7년으로 줄였으며 지방 미분양 주택의 경우 5년간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재건축 후분양 폐지,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 안전진단 절차 간소화 등 재건축 대책도 내놨다. 안전진단 절차 간소화의 결실로 올해 상반기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9월 초 세제대책에서는 이른바 참여정부가 박은 대못이라고 비판해 온 `세금폭탄`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고 종부세의 과표적용률을 2007년 수준인 80%로 유지하는 한편 세부담 상한도 150%로 낮췄다. 참여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어 10월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해제했고, 11월에는 재건축 용적률을 300%까지 허용하고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완화했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경기를 살려야 하고, 그 주된 해법이 규제 완화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 열린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대세인데 급격한 하락은 방지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 각종 규제를 했지만 결국 집값은 올랐다. 규제를 풀었다 묶었다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같은 달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는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관련해 "건설경기 및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대책을 진두 지휘했던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산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때"라며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이 남은 과제였다.
하지만 2009년 2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임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같은 달 양도세 한시적 감면 조치를 내놓은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전세난이 심화된 것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금융위기 때 바닥을 친 후 2009년 여름에는 전고점까지 육박했다.
이에 따라 거침없던 부동산 규제 완화에는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다시 `유동성 관리` 카드를 꺼내든다.
2009년 7월 수도권 모든 지역의 LTV를 50% 이내로 강화했고 9월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또 10월에는 강화된 DTI 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기에 이른다.
LTV만 놓고 보면 1년 사이에 담보비율이 널뛰기를 한 것이다.
집값이 오르자 몇 달 사이에 초점은 건설경기 활성화에서 서민생활 안정으로 옮겨온 것이다.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는 2009년 7월 국무회의에서 "주택가격 안정은 서민생활 안정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 불안정은 노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 이외의 부동산 대책도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조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역시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자 정부는 다시 규제 완화책 마련에 나서 4.23대책을 내놓게 된다.
골자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기존주택 구입자금을 대출해 주고,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DTI를 초과해 대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DTI를 확대한 지 6개월만에 다시 `틈새`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 주택의 범위가 '6억원 이하, 85㎡ 이하'로 돼 있는 등 까다로운 대출 조건 등으로 사실상 수혜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넉달만에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