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이 쌓인 낙엽… 붉게 노랗게 물든 가로수…

by조선일보 기자
2008.10.24 12:30:00

''도심의 낭만''을 찾아간다
삼청동길·소월길·고덕동길 등
다음달 하순까지 낙엽 쓸지않아
서울시 ''단풍과 낙엽의 거리'' 72곳

[조선일보 제공] 겉옷을 걸치고 옷깃을 여민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10월 중순 북한산을 시작으로 서울 가로수들도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었다. 11월 초·중순 단풍이 절정에 이른 뒤 거리엔 낙엽이 흩날리게 된다.

단풍을 감상하고 낙엽 쌓인 서울 거리를 거닐며 가을 운치를 만끽할 시절이 왔다. "떨어지는 낙엽들 그 사이로 거리를 걸어봐요./ 지금은 느낄 수 있어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고은희·이정란의 '사랑해요', 낙엽 질 무렵이면 라디오 전파를 많이 탈 그 노래 가사가 떠오를 요즘이다.

서울시는 시내 72곳을 다음달 하순까지 '단풍과 낙엽의 거리'로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바스락거리며 걷는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낙엽들을 쓸어내지 않는다. 종로구 삼청동길(동십자각~삼청터널·2.9㎞)과 중구 덕수궁길(대한문~경향신문·0.87㎞)은 설명이 필요 없는 곳. 웅장하고 시원시원한 맛의 경복궁 돌담과 아담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덕수궁 돌담을 견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 단풍 든 거리, 낙엽 진 캠퍼스가 가을 서정으로 안내한다. 사진은 서울시가 가을 산책의 명소로 지정한 서울대공원. /서울시 제공

낭만적인 길 하면 빠지지 않는 곳이 용산구 남산 소월길(2.8㎞)이다. S자형으로 부드럽게 나있는 길 양쪽으로 가을 옷을 입은 숲과 해방촌 아래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산 도서관과 하얏트 호텔, 고급 의류점과 레스토랑 등 저마다 다른 건물 디자인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동대문구 회기로(국방연구원~경희대 앞·1.8㎞)도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곳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국방연구원 같은 딱딱한 어감의 정부 기관들이 대학캠퍼스처럼 숲과 어우러져 펼쳐져 있다. 이름부터 숲 냄새가 느껴지는 홍릉수목원도 이 거리에 있다.



1호선 신이문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7분이면 닿는 동대문구 중랑천 제방길(군자교~성북구 경계)은 동네주민들만 알기에는 아까운 곳. 동부간선도로를 멀찍이 내려다보며 예쁜 벤치와 깨끗한 정자, 멋을 낸 보도블록을 거니는 기분도 상쾌하고, 군데군데 세운 육교를 따라 안전하게 중랑천 둔치로 내려갈 수 있다. 가을 등산도 겸하고 싶다면 중랑구 봉화산 봉수대공원이 좋다. 해발 160m의 야트막한 산을 설렁설렁 오르면, 서울의 손꼽히는 전망명소 봉화산 정상이다.

강남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도산대로~압구정로·0.67㎞)이 있다. 노란 은행잎으로 물든 보도블록을 걸으며 저마다 이국적이고 세련된 모양을 뽐내는 와인바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의 동쪽 끝 강동구 고덕동길(상일동역~고덕역·2㎞)은 여러 겹으로 심어진 느티나무들이 단풍 낙엽 터널을 만들어낸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공원 외곽순환도로(6.5㎞)가 단풍감상과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인기가 높다. 동물원까지 온다면 하마우리와 남미관을 잇는 길(0.9㎞)이 가을 냄새를 맡으며 걷기 제격이다. '단풍과 낙엽의 거리'는 서울시 조경과(02-2115-7622)나 다산콜센터(120)에서 안내한다.

거리의 번잡함과 소음이 싫다면, 대학 캠퍼스로 가보자. 저마다 이야기와 추억이 서려있는 명소들이고, 가을에 유독 아름다운 곳들도 많다. 대학로를 내려다보는 낙산 자락과 캠퍼스 뒤편이 맞물린 성북구 삼선동 한성대는 이미 대학로 권역의 데이트 명소로 알려진 곳. 정문을 들어선 뒤 창의관과 연구동 사이로 올라가면 쉼터로 인기가 높은 예쁜 정자 '의화정'이 나온다. 그 뒤로 이어진 산책길을 따라 가면 꽃과 나무가 아름답게 우거진 '낙산정원'이 나온다. 정원 뒤 남문으로 나가 5분쯤 걸으면 시원한 전망을 갖춘 데이트 코스 낙산공원과 만난다.

곳곳이 언덕진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캠퍼스. 여느 대학과는 달리 2호선 한양대역 출구가 캠퍼스 복판에 나 있어 지하철로 오기 편하다. 인문대 쪽으로 이어진 '138계단'은 외부 손님들에게도 알려진 곳으로 그 계단 숫자만큼의 이름이 붙어 있다. 박목월 시인의 시비로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