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책 그후)①컨설팅, 가려운 곳 긁어준다더니···

by주순구 기자
2007.10.08 11:31:28

"아직 제도 보완 중"
컨설턴트 전문성 여전히 의문
연계 프로그램 미흡해 사후 관리에 문제

[이데일리 주순구기자]
설렁탕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S씨는 떨어지는 매출로 고민하다 최근 중소기업청 자영업 컨설팅을 신청했다.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가 직접 방문해 맞춤 컨설팅을 해주는데다, 비용도 3만원으로 저렴해 부담없이 신청할 수 있었다.

손씨 매장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과 인근 경쟁점 출현으로 올해 들어 전년 대비 15% 가량 매출이 하락했다. 매출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 절실했다.

약 1개월 간 3회의 마케팅 컨설팅을 받은 손씨는 “3만원이라는 비용에 비해서는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현실적이거나 즉각 접목이 가능한 조언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내 점포’의 사정을 살피기엔 짧은 시간인데다, 현장성이 떨어지다 보니 인터넷이나 각종 창업관련 교육에서 얻는 이론적 정보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컨설팅이라는 것은 결과가 좋아야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컨설팅 이후라도 점포에서 제안한 방법을 잘 따르고 있는지, 그에 따른 효과는 어떠한지를 체크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5년, 정부가 자영업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내놓은 영세자영업자 종합 대책이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도 보완 중’이다. 철저한 환경 분석 없이 대책이 세워진데다, 발표 이후 대책을 이끄는 주무 부처 없이 ‘따로국밥식’ 제도가 되버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05년 5월 발표된 영세자영업자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까지 컨설턴트 1000여명을 동원해 전국 70만개 자영업 점포를 컨설팅 해 사업유지나 업종전환, 퇴출 등을 유도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컨설팅을 원하는 자영업자가 소상공인지원센터에 컨설팅을 신청하면, 지방청에서 컨설턴트 5명을 추천한다. 신청자는 이 중 1명을 선택해 컨설팅 받을 수 있다.

컨설턴트는 신청자의 점포를 3회 이상 방문하는 것이 원칙이다. 컨설팅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한 달. 컨설팅 완료 후에는 컨설턴트의 결과 보고서와 센터의 현장실사로 컨설팅 만족도를 체크하게 된다.

1건 당 50만~80만원인 컨설팅 비용은 정부에서 부담한다. 신청자는 수수료 개념으로 3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컨설팅 만족도가 60점 이상일 경우 컨설팅 비용 전액(50만원)을 컨설턴트에게 지급하며, 보고서 평가와 신청인 만족도에 따라 10만~30만원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한다.

컨설팅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만족도 하위 10%에 해당하는 부실 컨설턴트에게는 3개월~1년간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도 두고 있다.

초기에는 신청자가 직접 컨설턴트를 선정할 수 있어, 컨설턴트들의 제도 홍보가 활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 컨설턴트와 자영업자가 유착, 컨설팅 비용을 착복하는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부터 임의대로 5명의 컨설턴트를 추천하는 방식을 도입해 진행 중이다.



현재 연간 실시되는 자영업 컨설팅은 약 3000여건에 이른다. 적지 않은 자영업자가 컨설팅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초기부터 제기된 컨설턴트 역량과 전문성 검증 여부는 여전히 논란에 휩싸여있다.

컨설팅 사업 초기에는 협회 추천자나 일정 기간 이상 자영업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무조건 컨설팅 자격을 부여하는 등 자격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컨설팅 실무 경험을 반영해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그나마도 실제적인 컨설팅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자영업자 컨설팅에 등록할 수 있는 컨설턴트는 창업컨설팅 관련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3년 이상 컨설턴트로 재직하거나, 관련학과 교수나 박사 학위 취득자들이다. 협회나 단체로부터 추천받거나 세무, 회계, 법무, 노무, 특허관련 국가자격증 소지자도 등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소상공인보다는 일반 중소기업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 이들로, 소상공인 컨설팅과는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다. 마케팅, 메뉴 보완 등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기청이 확보한 1000여명의 컨설턴트 중 창업 전문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야 200~300명 정도다. 이 중에서도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컨설턴트는 채 50%도 안 된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컨설턴트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데 대해 컨설팅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소상공인진흥원 관계자는 “현재는 소상공인이나 컨설팅에 대한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컨설팅 전문가도 없는 상태”라며 “집행부에서 환경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진흥원에서도 자체적으로 컨설턴트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소상공인 컨설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외부 교육 전문기관에 의뢰해 전문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소상공인 전문 컨설턴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지원센터 상담사를 컨설팅 사업에서 배제하고 있는 당국의 정책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자영업 컨설팅 사업에서 센터 상담사를 배제하는 표면적 이유는 ‘이중 급여’로 알려져 있다.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센터 상담사가 컨설팅 비용까지 받으면 급여를 이중으로 받는 셈이라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센터 상담사는 “급여 문제는 해결하려 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하며 “전국 60여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담사 인력을 활용하면 현장 밀착지원까지 가능한데 이를 배제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컨설팅이 실효성을 얻으려면 현장과 인력을 연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는 인력의 능력에 편차가 심하고 실무경험이 적다는 게 문제”라면서 “누가 주체가 되든 지역 소상공인과 밀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컨설팅 충실도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는 분야별로 전문 컨설턴트를 나누고, 신청자가 요청한 분야의 전문가를 추천해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상권분석, 매뉴얼 등 이론적인 면에 치중해 있는데다, 분야별 구분도 명확하지 않아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회로 정해진 방문 횟수도 컨설팅 충실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컨설팅은 기본적으로 의뢰자와 컨설턴트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다. 임의 추천 방식으로 선정된 ‘낯선’ 컨설턴트와 3회 마주하고서는 제대로 된 상담과 컨설팅이 이뤄지기 힘들다.

제도적으로 1명의 컨설턴트가 동시에 여러 점포를 컨설팅을 하거나, 한 달 동안 7개 이상 컨설팅을 맡지 못하게 하는 등의 장치는 마련돼 있다. 그러나 컨설턴트 1인당 컨설팅 횟수를 줄인다고 해서 컨설팅의 질이 좋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넥스트창업연구소 서정헌 소장은 “교육프로그램과 컨설팅을 연결해 컨설턴트와 기본적인 신뢰를 맺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컨설팅에 앞서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해 신청자 스스로 컨설턴트의 전문성을 따져보고 궁합을 맞춰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컨설턴트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컨설팅 비용이 충실도를 저해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컨설팅 한 건당 지원받는 비용은 50~70만원 선.

컨설팅 비용은 초기 50만원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컨설팅 보고서와 현장 실사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겨 차등 지급하고 있다. 60점 이상을 받은 컨설턴트에게는 기본 컨설팅 비용 50만원 전액을 지급하며, 보고서 평가와 신청자 만족도에 따라 20~30만원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한다.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지방 등 출장 거리에 상관없이 비용이 동일하고 개인 컨설팅을 포기하는데 대한 기회비용이 더 커 컨설턴트에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 소장은 “자영업도 중소기업 컨설팅처럼 횟수가 아니라 하루를 기준으로 20~30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비용을 늘리는 대신 보고서를 기준으로 등급을 세분화해 충실도에 따라 지급을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후 연계 프로그램 활성화도 시급한 문제다.

컨설팅이 제대로 된 의미를 지니려면, 컨설팅한 내용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폐업 컨설팅을 했을 때는 폐업 후 재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업종 전환을 권유했을 때는 그에 따른 자금 지원책까지 연계되는 식이다.

그러나 현재는 관련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제도 역시 시행 부처가 달라 제대로 연계되지 않고 있다.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소상공인진흥원 측은 “폐업하는 점포의 경우, 대부분 자영업자의 나이가 많아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근로복지공단이나 노동부와 연계해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컨설팅 후 어느 정도 재취업을 하고 있는지 까지는 파악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컨설팅이 단순한 ‘조언’ 수준으로 끝날 공산이 높다는 뜻이다.

소상공인진흥원 조 과장은 “컨설팅 사업 시행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제도가 완벽하게 자리잡지 못했다”며 “자영업 컨설팅 프로그램 운영 실태 조사를 위해 외부 용역을 줘 11월 말쯤 결과를 받아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진흥원은 이 시기에 맞춰 그간 꾸준히 지적돼온 만족도 평가의 신뢰도 제고, 센터 상담사 활용 방안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업계 활성화를 위해서 기존 자영업자의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같은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개선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