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800원시대?)①"못갈 이유가 없다"

by정태선 기자
2007.10.02 11:53:21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달러/원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종가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0.50%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 전세계적인 달러약세 현상을 다시 촉발시켰고, 이에 국내 외환시장도 동조하고 있는 것.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외국인의 주식매도 공세가 잦아 들었고,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기록적인 호조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외환시장이 글로벌 추세에서 이탈할 만한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환 전문가들은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환율이 900원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번달 말 미국 연준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0.50%포인트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달러화 자산의 고금리 매력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유로존이나 일본에서는 여전히 금리인하에 주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주 유로존, 영국, 호주 등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경우엔 달러화에 하락 압력을 보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과장은 "달러가 상승할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면서 "미국 실물경제의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기술적 조정이나 반발매수 이외에는 기댈 곳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원 환율이 800원대가 불가능하다는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으며, 최근 6개월이나 1년만 정도만 놓고 본다면 대부분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만 강세라고 볼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증시상승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등으로 하락속도나 폭을 조정하며 당분간 달러매도세가 우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통화에 대한 달러약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싱가포르달러와 원화 등은 달러화에 대해서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원화강세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머징마켓이 미국 대신 세계경제를 뒷받침할 구심점으로 부상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자산수요가 증가하고, 원화를 비롯한 이 지역의 달러약세는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최근 투자분석가들은 실물자산의 호황과 아시아증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견해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그동안 신용위기로 부진을 면치 못할 때에도 이머징 마켓은 호조를 보여 왔고, 앞으로도 미국과는 상관없이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리스찬 데시글리스 HSBC 인베스트먼트 이머징 마켓 부문 글로벌 헤드는 "이머징 마켓 주식시장은 향후 수년간 강세장을 지속하면서 전세계를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프 호크먼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기술분석이사 역시 같은 논리를 펼치며 "아시아 증시 강세 기조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시장보다 이머징마켓의 강세가 훨씬 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미국 경제에 대한 글로벌 경제의존도가 높고, 서브프라임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달러약세는 대세'라고 보는데는 어느정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환율이 일방향으로 추락하기 보다는 끊임없는 의심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아직 서브프라임 충격 이후 미국 경기 향방은 물론이고 글로벌 탈동조화 향방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큰 데다 연준의 금리 행보와 관련해서도 엇갈리는 신호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전도피성 차원의 달러화 매수세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여전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고된 대로 이번달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리조정조건부대출(ARM) 재조정이 본격화되고, 헤지펀드 환매나 투자 손실 등 정확한 내역이 조금씩 공개되면서 서브프라임 위기사태가 재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주 미국의 9월 고용통계, 제조업지표와 주택지표 등 주요 경기지표들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또 오는 19~20일 개최되는 선진7개국 재무장관(G7)회담의 향방도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910원선을 지키며 하방경직성을 확보해 나가느냐 여부에 따라 단기적인 추세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