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안 팔리는데”…부품사, 3Q 사업 재정비하며 ‘숨고르기’

by이다원 기자
2024.10.20 15:18:20

''역기저 효과'' 영향 받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HL만도 등 부품사 실적은 ''선방''
완성차 판매 둔화 이어질 듯…수익성 집중
사업부 재편·매각하고 인수합병도 활발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3분기 실적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완성차 업계 전반의 화두로 ‘수익성’이 떠올랐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비롯한 수요 둔화에 대비한 자동차 부품 기업은 실적 ‘선방’에 이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업 재정비에 나설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모비스 본사.(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012330)의 올해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액 14조134억원, 영업이익 6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2%, 3.36%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현대모비스가 역기저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다른 완성차 대표 부품 계열사 실적은 증가세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011210)의 경우 매출액은 1.48% 증가한 2조1300억원, 영업이익은 3.51% 늘어난 707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완성차 부품 전반을 공급 중인 HL만도(204320)는 올 3분기 3.7% 늘어난 2조1976억원의 매출과 13.37% 증가한 92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공조 시스템 핵심 계열사인 한온시스템(018880)의 경우 매출액은 5.09% 증가한 2조4459억원을, 영업이익은 280.3% 늘어난 772억원을 각각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동차 부품기업은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 개선 작업에 돌입,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삼았던 전동화 전환이 더뎌지자 하이브리드 및 전장 부품 중심 수주를 통해 수익 확보에 나선 것이다. 완성차 생산·판매가 줄면 당장 부품 공급량도 함께 줄어 실적에 타격을 받는 부품 기업이 일찌감치 활로를 찾은 결과물인 셈이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언제 다시 반등할지 모르는 만큼, 부품사들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재편하며 미래를 대비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7월 모듈 사업부와 전동화 사업부를 통합해 핵심 사업 역량을 집중했다. 당장 전동화 부문에서 수익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더라도, 모듈 사업이 이를 받쳐주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글로벌 확장을 통한 비계열사 전동화 물량 수주도 집중한다. 현대모비스는 슬로바키아에 전기차 구동시스템(PE) 공장을 짓고 유럽 내 세 번째 전동화 부품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 현지 공장뿐만 아니라, 현지 완성차 업체 물량까지 따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위아 본사 전경. (사진=현대위아)
현대위아는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중장기 사업에 투자한다. 지난 10일 현대위아는 공작기계 사업을 3400억원 안팎에 매각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합 열관리 시스템(ITMS) 등 미래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또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열관리 시스템(공조)을 목표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HL만도는 제동·조향 등 기존 부품 공급에 더해 첨단 운전자 보조 주행 시스템(ADAS) 공급을 확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북미·유럽 등 기존 고객사 물량 회복에 맞춰 수주 물량도 늘리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그룹사가 ‘스탠리 로보틱스’ 등 로봇 기업을 인수하는 등 HL만도가 영위하고 있는 로봇 개발 사업의 외연을 확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온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기차 통합 열관리 4세대 히트펌프 시스템. (사진=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은 한국타이어와의 합병을 앞두고 고강도 수익성 개선을 진행 중이다. 중국, 유럽 등 고비용 생산 거점을 합리화하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올해 말 기아에 이어 내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 고객사에 신규 열관리 모듈 부품을 공급할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의 물량 모멘텀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부품사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제품 포트폴리오와 판매 시장 등이 부품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