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하지 않아, 물도 못 넘기고 있다”…밀양 가해자 추정글 ‘논란’
by권혜미 기자
2024.06.07 09:57:41
밀양 사건 가해자 추정 A씨
글 게재…“영상과 내용 달라”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20년 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폭로돼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신상이 공개된 한 가해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밀양 사건에 당시 조사를 받고 나왔던 XXX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온라인에 게재됐다.
해당 작성자 A씨는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에 의해 밀양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로 추정된다. 당시 ‘나락보관소’는 A씨가 수입차 전시장에서 일하며 외제 차를 몰고 골프를 즐기는 등의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신상 공개 이후 직장에서 해고됐으며, SNS도 비공개로 전환했다.
A씨는 “피해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떼며 “6월 3일 오후 8시쯤 ‘나락보관소’ 채널을 운영하시는 분이 발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제 신상을 털고 연락이 많이 갈 거니 전화 잘 받으라 하곤 끊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로 전화가 몇백 통 오며 문자,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곳에서 험한 말들을 들어야만 했다. 다음 날 다니고 있던 회사까지 모든 사람이 연락하며 항의를 했고, 그로 인해 회사를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도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A씨는 “해당 사건 당시 저는 조사를 받고 재판 결과 1.3호를 받고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을 받고 나왔다”며 “저는 당시 돈도, 집안도 저를 도와줄 상황이 아니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제가 죄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제가 44명에 포함돼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잘못이 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해 주동자라고 하는데 전혀 무관하다. 채팅을 통해 제가 불러냈다고 하는데 단 한 번도 연락이나 문자를 한 적이 없다. 쇠파이프로 때린 적도 없다”며 “(주동자의) 오른팔도 아니다. 외제차 3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제 인스타에는 차량을 판매하며 출고했던 사진을 올려놨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온 모습.(사진=MBC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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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유튜버의 신상 공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있는 그대로 증거를 뒷받침할 자료를 찾아서 올려야 하는데 글로 써서 해명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제 가족,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통받고 있다”며 “저는 제일 중요한 강간을 하지 않았다. 제 지인이 울면서 너무 고통스러워했고, 저 하나 때문에 몇십 명, 몇백 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3일 동안 물 한 모금도 안 넘어가고 그냥 심정지 온 것처럼 있다. 피해자분들은 더하시겠죠.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이번 계기로 제가 대한민국에서는 살 수 없을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 영상은 해당 내용과 너무 다르게 돼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분들이 다시 재수사를 한다는 자체가 말도 못 하게 힘들겠지만 만약 괜찮다고 하신다면 저는 재수사할 의향이 있다”며 “저는 다 잃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지만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살아 있어야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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