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다시 증가하고 연체율 높아지니…"DSR 완화없다"

by정두리 기자
2023.06.04 16:07:10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1년 5개월 만 상승세 전환
연체율도 상승중…GDP 대비 가계부채 한국이 1위
당국, 고정금리 비중 확대 유도…DSR 규제 유지키로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올해도 깐깐하게” 금융당국이 올해도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완화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오히려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중을 높이는 등 금융안정에 주력한다는 목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전월(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12월(+3649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 전환이다.

당국은 현재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아 가계대출이 급증하지 않을 것이라 진단하면서도, 경각심을 놓을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체율 상승세도 지속 중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연체율은 은행 0.33%(작년 말 대비 +0.08%포인트(p), 저축은행 5.07%(+1.66%포인트), 상호금융 2.42%(+0.90%포인트), 카드사 1.53%(+0.33%포인트), 캐피탈 1.79%(+0.54%포인트) 등이다.

가계 부채 문제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당국은 금융권 고정금리 비중과 비거치식 분할 상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정금리의 비중 확대는 급격한 금리 변동에 따른 대출자 충격을 줄일 수 있고, 비거치식 분할 상환은 처음부터 원금을 함께 갚는 방식이라 가계부채 부실을 억제할 수 있다.

당국은 지난 1일 고정금리 대출 및 비거치식 분할 상환 취급 확대시 금융기관 출연요율을 우대하는 내용의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기관이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 고정금리 대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취급할 경우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출연요율 우대 최대한도를 기존 0.06%에서 0.10%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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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만큼은 유지할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에 이어 개인별 DSR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돈을 갚을 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이뤄져 가계 경제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DSR 완화 여부에 대해 “아파텔 등 일부 미세조정이 좀 있는 건 맞지만 큰 틀에서 지급 여력 대비 대출의 양을 관리하자는 대원칙으로서의 DSR 규제는 지금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면 안 된다”고 일축한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적용된 현행 DSR 규제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당국은 이처럼 DSR을 가계부채 문제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여기면서도 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나 역전세 문제 등에 대해서는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정부 관계부처는 다음 주 회의를 열어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 한시적으로 DSR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경락자금(경매 낙찰 시 필요한 자금)에 이어 역전세 문제까지 DSR 적용을 완화할 경우, DSR 제도가 사실상 ‘땜질 정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역전세가 났고 집주인이 돌려줄 돈이 없으면 집을 파는 게 우선인데 이 사람들을 돕겠다고 DSR 적용을 완화하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사람들은 불과 2∼3년까지만 해도 투기꾼으로 불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