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테이퍼링에 국채금리 급등 `경고등`…"유로존이 위험"

by이정훈 기자
2021.11.05 10:18:10

국제금융협회(IIF) "재정취약국 금리 오버슈팅 우려"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 위험발생 가능성 경고
외국인·내국인 국채 투자수요 양호한 국가는 안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이후 공격적인 중앙은행들의 자산매입(양적완화·QE) 덕에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국채금리가 다시 올라가고 있어 주요 국가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의 국채 발행을 통한 정부 자금 조달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 세계 450여개 민간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가 각 국에서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로 인해 국채금리가 과도하게 뛸 수 있는 위험이 있으며, 특히 유로존 재정취약국들에서 그럴 위험이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국가별 국채발행 시 투자자별 비중 및 외국인투자자 국채 매매동향


로빈 브룩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 `재정 환상의 끝`이라는 제목의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해 IIF는 사상 유례없는 자산매입 덕에 국채금리가 낮게 형성된 덕에 그나마 추가 재정부양 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재정 환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국채금리로 인해 각 국 정부의 재정부양 여력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됐지만, 이처럼 낮은 국채금리는 각 국 중앙은행들이 팬데믹 하에서 실행한 자산매입에 따른 왜곡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유로존에서는 지난해 발행된 국채 중 100%를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매입을 통해 사들였고,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ECB 자산매입에 맞춰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채를 내다 팔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 경기가 살아나면서 중앙은행들은 정책을 정상화로 되돌리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다시 올라갈 수 있고 특히 유로존에서는 어려움이 더 클 수 있다”면서 “상황에 따라선 재정이 취약한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의 국채금리가 오버쇼팅하면서 크게 뛸 위험도 있고 금융시장 여건도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도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의 10년만기 국채금리와 독일 국채인 분트 금리 간 스프레드는 최근 몇 주간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는 ECB가 자산매입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었다.

브룩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G10에서의 단기와 중장기 국채 발행에 따른 투자자금 흐름을 분석해 보면 중앙은행 자산매입에 따른 수요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투자자와 여타 내국인 투자자 비중은 낮다”면서 “다만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국채 발행규모가 크긴 해도 민간에서의 투자 수요가 총 발행량의 40% 정도를 흡수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로존에서는 ECB 자산매입이 거의 대부분을 사들이고 있다”며 “대체로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은 모든 나라에게 어렵겠지만 특히 유로존에서는 더 큰 우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