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스크 감소하자… 美 무관심·日 몽니에 한일갈등 심화

by장영은 기자
2019.01.27 16:36:31

강제징용 갈등 심화에 군사적 긴장감까지 높여
日, 한일갈등으로 집권당 지지율 높이고 자위대 명분
북핵 위협 감소하자 다른 '갈등 축' 찾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일 관계가 심상치 않다. 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과거사 문제가 동전의 양면처럼 늘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특성상, 한일 관계는 다른 어떤 국가와의 관계와 비교해도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에는 일본측에서 필요 이상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국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강제징용 문제야 그렇다고 해도 지난해 말,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를 심각한 갈등으로 키웠다. 그도 모자라 최근에는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 등으로 군사적 위협을 조장하고 우리와 날을 더 세우려는 모양새다. 이쯤되면 일본측의 ‘의도’가 뭔지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일본 보수의 성지로 알려진 이세(伊勢)신궁을 참배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단 가장 눈에 보이는 속셈은 아베 신조 내각의 정치적인 필요에 따른 대외 갈등 조장이다. 외부의 적은 내부 결속을 유도한다는 오래된 진리에 따라 지지율이 주춤한 아베 정권이 한국과의 갈등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4월과 7월에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있어 한일 갈등과 군사적 긴장감 조성은 현 집권당의 지지기반인 보수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더없이 좋은 명분이다. 실제로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지난 19~20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함께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2%포인트 상승한 47.9%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군사대국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속내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을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즉 ‘보통국가화’ 하는 것은 아베 내각이 꾸준히 추진해온 숙원이다. 그동안은 북핵 위협을 축으로 러시아, 중국 등과의 긴장 관계를 명분으로 삼았으나, 지난해부터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서 대북 리스크가 급감했다. 일본이 한일간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해 국내외적으로 자위대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자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두가지 이유는 서로 연결되기도 한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에 합헌적 지위를 부여하고 군사력 증강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평화헌법 제9조를 개정하려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연합 여당인 자민당이랑 공명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가져와야 한다. 과거사 문제든 군사적 긴장이든 한일간 갈등 수위를 최대한 높여 지지기반을 다지고 자위대의 명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일본의 이같은 ‘몽니’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라는 기치 아래 미국이 더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동맹국들에게 ‘호구’ 노릇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 발언까지 쏟아냈다. 그동안은 한미일 삼각 동맹의 결속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한일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같은 기조를 반영해 방관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미국이 위안부 합의 등 한일관계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단 주의”라며 “이전 정부에서 해보니 미국에 별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고, 아시아를 중시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선 무관심에 까깝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공공연하게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아베 내각에 트럼프 대통령 시기는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크다”며 “북미가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성격이나 규모가 지금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텐데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동북아를 책임지도록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미 방위비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미국측이 압박용으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의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는 지난 24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인근으로 초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