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5.01.01 11:00:13
[이데일리 박수익 경계영 기자]셋톱박스업체 홈캐스트(064240)는 멕시코에서 수주했던 장비공급계약금액을 35억9770만원에서 0원으로 변경한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현지사정으로 계약자체가 무기한 연기됐다는 이유에서다. 공시시각은 오후 2시 57분. 평소같으면 주식거래가 진행될 시각이었지만 이날은 증시가 폐장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날이었다.
연말 주식시장 폐장후 회사경영에 부정적 소식을 공개하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가 지난달 30일과 31일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홈캐스트 외에도 에스텍파마(041910) 홈센타(060560) SDN(099220) 희림(037440) 울트라건설(004320) 디엠티(134580) 헤스본(054300) 자연과환경(043910) 우양에이치씨(101970) 등도 관련 공시를 쏟아냈다. 이가운데 울트라건설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최근 연이어 수주공사계약이 해지된 곳이다.
대기업계열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스코 자회사 포스코ICT(022100)는 지난 2010년 12월 체결한 1413억원 규모의 리비아 현지공사 계약일을 무기한 연기하는 공시를 내놨다. 애초 지난달말까지 완료됐어야하는 공사지만, 리비아 정치 불안으로 공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다.
이처럼 올빼미공시의 상당 부분은 예전에 내놓았던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내용을 정정하는 것이었다. 공급계약이 해지되거나 발주처 사정으로 계약규모 축소, 계약종료일 연장 등이었다. 계약 자체가 해지되거나 계약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계약종료일이 연장되는 공시도 잔금 납입이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여서 주가에는 불리한 재료다.
계약내용이 변경됐다는 공시는 통상 계약기간이 연말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득이 연말에 공시하는 계절적 이유가 있다는게 기업들의 해명이지만, 현행 규정을 따져보면 ‘의도적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 규정상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는 계약금액이 전년도 매출액의 10% 이상일 경우 의무공시대상이지만, 10% 미만일 경우에는 굳이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대부분 상장회사들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율공시란 이름으로 ‘시키지도 않은 공시’까지 자발적으로 내놓았다가 연말에서야 계약내용이 변경됐다는 내용을 ‘슬쩍’ 끼워넣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내용 변경 공시외에도 전통적인 올빼미 공시가 기승을 부렸다. 코스닥상장사 카스(016920)는 대표이사의 횡령 사실이 확인됐고, 이로인해 대표이사가 변경됐다는 공시를 줄줄이 올렸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새해 첫거래일인 2일부터 이 회사의 주식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심사한다고 밝혔다.
스틸앤리소시즈(032860)는 대우인터내셔날 등과 공동으로 베트남 현지에 출자할 예정이었던 사업이 해지됐다는 정정공시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공시를 내놓는 기업들은 이전에도 유사 공시를 반복해온 경향이 있는지도 유의깊게 봐야할 대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폐장 이후 공시를 했다고 해서 공시효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투자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며 “애초 공시한 내용을 정정하는 경우 각별히 주의해서 봐야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