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혁 기자
2012.10.18 10:25:23
외국어 특화교육으로 엘리트코스 시작점 인식
서울시내 사립초등학교 입학위해 이사도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지난 14일 입학설명회를 연 서울 태광삼육초등학교. 학부모 200여명이 발 디딜 틈 없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이 초등학교는 지난 1학기 국제학급의 수업료가 558만원을 기록, 전국에서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비용보다 치열한 입학경쟁을 뚫는 게 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김모씨는 “사립초등학교 추첨이 얼마 남지 않아 평일에는 휴가를 내고 입학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지난주에만 세 군데가 넘는 학교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사립초등학교 추첨이 다음달 5일로 다가오면서 자녀들을 ‘명문’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한 학부모들의 열기가 뜨겁다. 사립초등학교가 국제중학교나 특수목적고등학교 진학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싼 수업료에도 불구, 사립초등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들이 늘어났다.
유명 사립초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웬만한 명문대 인기학과 못지 않다. 명문으로 꼽히는 사립초등학교의 경우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
전국 초등학교는 총 5882개(지난해 기준)로 이 중 사립초등학교는 76개에 불과하다. 비중으로 따지면 4.4%.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9개 사립초등학교가 서울에 몰려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사립초등학교가 지원 자격을 ‘서울 시내에 학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아동’으로 못 박은 때문이다. 학부모 이모씨는 “자녀를 서울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경기도에서 아파트 평수를 줄여 학교 주변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39개 사립초등학교 한 학기 평균 수업료는 465만원이다. 추가로 납부하는 입학금, 통학버스비, 급식비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600만원 가량된다. 일례로 서울소재 K사립초등학교의 경우 입학금 100만원에 수업료 390만원, 통학버스비 35만원 등 한학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550만원이다. Y사립초등학교도 입학금 100만원과 수업료 391만원, 급식비 36만원 등을 합치면 한 학기에 588만원을 내야 한다. 심지어 W사립초등학교는 입학금 등을 제외한 한 학기 수업료만 489만원이다.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학비에도 학부모들이 사립초등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외국어에 특화된 교육과정 때문이다.
상당수의 사립초등학교는 교육학을 전공한 원어민이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를 직접 가르친다. 여기에 더해 학부모가 선택한 외국어를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몰입해서 가르치는 ‘집중교육’까지 실시한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사립초등학교의 외국어 교육과정이 국제중, 특목고, 명문대 입학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의 시작점으로 본다.
학부모 이모 씨는 “학부모들이 사립초등학교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어 교육 때문”이라며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유치원 때부터 미리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도 사립초등학교로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학부모 박모씨는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교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사립초등학교는 꼭 외국어 교육이 아니더라도 보통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성악이나 스피치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염철현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모일수록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두드러지는 편”이라며 “우선 공교육에 대한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고 사립초등학교의 수요를 공립초등학교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