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3.0]⑨근대화-민주-경제 대통령, 그 다음은
by문영재 기자
2011.03.18 12:30:00
<창간기획·1부>역할모델, 대한민국이 해보자
`격동의 시대`이끈 韓대통령 정치불신·혐오 낳아
`화합의 리더십` 룰라·레이건 前대통령 참고할만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모든 업적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의 퇴임사中)
룰라 전 대통령이 전 세계 지도자들의 로망인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 존경받고 물러나기란 쉽지 않다. 그는 마지막까지 국민들에게 감사를 나타내 큰 박수를 받았다.
그가 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와 지지를 얻을수 있었던 동력은 한마디로 `감동`으로 요약된다. 브라질의 경제성장 위에 실용·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특유의 친화력도 한 몫했다.
전문가들은 70~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경제대통령까지 맞은 우리나라도 이제 룰라처럼 화합과 소통을 중시하는 인물이 나올 때라며 정치보다는 경제 이슈에 민감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정치는 해방 이후 강산이 6번이나 바뀌면서 굴곡의 역사 그 자체였다. 6·25전쟁, 4·19혁명, 5·16쿠데타, 유신, 10·26과 12·12사태, 87년 6·29 선언 등 역사의 변곡점을 그릴때마다 드라마가 새로 쓰여졌다.
특히 정치 권력의 최정점에 서있던 대한민국 대통령 9명은 당대의 어떤 인물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컸지만 종말은 모두 불행했다. 국부라 불렸던 건국 대통령은 국민의 저항으로 하야했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대통령은 오랜 독재 끝에 결국 측근의 총에 운명했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2명의 대통령은 `원죄`와 비자금스캔들로 쇠고랑을 찼으며 양김 시대를 열었던 두 대통령은 국제구제금융(IMF)과 측근들의 비리로 초라한 말로를 보내야 했다. 젊은이와 인터넷을 등에 지고 권좌에 오른 대통령은 바위에서 몸을던져 비운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지도자들은 모두 성공한 대통령을 꿈꿨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국민들도 대통령의 좌절과 실패가 반복되면서 심각한 정치 불신과 정치인 혐오에 빠져들었다.
전문가들은 살림살이가 팍팍해질수록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일종의 신과 같은 전능함을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여전히 선악을 놓고 벌이는 이념 대결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 것도 이처럼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 현상은 뚜렷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기관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의 66.5%가 산업화를 추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경제운용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로 꼽았다.
국제구제금융(IMF)에서 벗어났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있었지만 `3고`의 영향으로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뒤따랐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최근 복지 얘기가 화두로 떠오르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퇴임식 후 대통령궁에 모인 시민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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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민들은 룰라 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실제로 룰라는 퇴임직전 여론조사에서 집권기간 중 가장 높은 87%의 지지율을 보였다. 퇴임식 때는 눈물을 흘리는 룰라와 같이 울었고 박수 갈채를 보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노동자 출신인 그가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는 재임 8년동안 정치적으로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킨 실용의 리더십, 부자와 빈자를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을 통해 경제·사회적인 성장을 이뤘고 빈곤 퇴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룰라 집권기 경제성장률은 이전에 비해 2배이상 높아졌고 15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며 2800만명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났다. 그가 대내적으로 경제성장의 바탕 위에 대외적으로는 주변 강대국을 향해 독자적이면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들에게 자부심도 심어줬다.
일각에서는 그를 억세게 운좋은 지도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경제 여건이 매우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뛰어나 좌파출신임에도 기득권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혁을 추구, 정치적 저항을 줄였던 점도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이성형 서울대 교수(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룰라의 높은 인기를 요약하자면 `운칠기삼`의 전형"이라며 "협상가형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리더십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퇴임 후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맞먹는 높은 인기를 누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퇴임때 지지율은 60%를 넘어섰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조명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10%대의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등 미국 경제의 암울한 현실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도 정치적이념이 다른 레이건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하기게 이른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작은 정부와 낮은 세금, 규제완화, 통화 긴축정책 등을 골자로한 `레이거노믹스`를 강력 추진했다. 결국 16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 10%를 웃돌던 실업률을 5.5%대로 낮췄다. 두자릿 수를 기록하던 물가상승률도 3.8%로 안정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