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재개발 이주시기 조정 ''헛발질''

by윤진섭 기자
2008.05.21 10:50:01

재개발 이주시기 조정..대책 ''단골손님''
구청 ''이주시기 조정 어렵다''..관리처분인가 봇물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강북 집값 안정대책에서 재개발 이주 수요를 분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무더기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주택이 한꺼번에 철거되면 주변 전세가격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책이었다.

이 대책은 1년 전에도 나왔다. 2007년 1월 11일 당시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1·11 부동산 대책에도 이 같은 내용이 언급돼 있다. 정부는 전월셋값 안정을 위해 재개발 재건축 이주시기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당시 건교부는 "서울시, 지자체와 협의해 재개발 재건축 이주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재개발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은 정부의 전월세 단골 대책인 셈이다. 이처럼 2년째 정부가 재개발 이주시기 조정에 매달리고 있지만 일선 지자체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동시다발로 내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낸 재개발 사업지는 줄잡아 30여곳. 이 가운데 서울 성동구 금호18구역(건립가구수 403가구)이 지난 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고, 지난 16일에 마포구 아현3구역(3063가구), 지난 19일에는 금호17구역(497가구)이 각각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은평구 응암동 8구역(1148가구), 동작구 흑석6구역(937가구), 신정 신월뉴타운 1-2지구(359가구), 마포구 공덕5구역(794가구) 등도 모두 올해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졌다. 또 왕십리 뉴타운 1, 2, 3구역, 미아 8, 10-1구역, 아현 4구역, 신당10구역, 가재울뉴타운 4구역, 종암6구역 등도 조만간 인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구청의 한 관계자는 "서류상 아무 하자가 없는 사업지에 대해 전셋값 안정을 이유로 관리처분인가를 미룰 수는 없다"며 "주민 민원 부담이 커 시기를 나눠 인허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나 서울시가 재개발 이주시기 조정이란 구호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실행 대책에 대해선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00년대 초반 서울 잠실·서초 등에서 추진된 대규모 저밀도 재건축 사업 당시에 지자체에서 '시기조정위원회'를 가동, 사업시기를 조절했던 전례를 적극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