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6.05.06 05:00:00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장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말라가고 있다. 3300가구가 넘는 강북의 한 대단지에서는 최근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는 사례가 나왔고, 비슷한 시기에 2500여 가구의 다른 아파트 단지도 전세 물건이 단 1개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품귀’를 넘어 ‘실종’에 가깝다는 표현이 유행어로 돌 정도다.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 상승은 물론 시장 균형이 집주인으로 과도하게 기울며 생기는 부작용이 갈수록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5403개로 전년 동기에 비해 42.6%가 줄었다. 202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경기와 인천은 1만 1891개와 2810개로 각각 54.6%와 50.9% 감소했다. 시장에 새로운 매물을 공급해 주는 아파트 입주가 줄어든 탓이 가장 크다는 게 부동산가의 분석이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1만 6913가구로 작년 3만 5452가구의 약 절반에 불과하다. 수도권도 분당, 용인, 하남 등은 올해 입주가 ‘0’이다.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반토막이니 부르는 게 값이고 세입자들은 매물 찾기에 애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주목할 것은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한 실거주 의무 강화가 전세난에 또 하나의 결정타가 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15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의 토지거래허가 구역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은 대출 여부와 상관없이 2년을 실거주해야 한다. 투기 목적의 갭 투자와 이로 인한 부작용을 뿌리뽑겠다는 의도는 흠잡기 어렵다. 하지만 이 조치가 기존 단지의 전월세 공급에 장애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이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격이다.
전세 품귀는 내집 마련의 전 단계인 ‘전세 사다리’를 치워 버리고,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겨 주거비 부담을 크게 늘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마이 홈 꿈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도를 넘어선 전세난 해소에 정부는 서둘러 더 큰 힘과 지혜를 쏟아야 한다. 주거가 불안하고 셋방 찾느라 발을 구르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