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어색해'…이창용 "저보다는 새로 오신 두 분을 찍어야"[금통위 스케치]
by최정희 기자
2023.05.25 09:28:37
25일 한은 금통위 본회의 개최
장용성·박춘섭 위원 임명 후 첫 금통위
'금리 동결' 전망 우세해…이창용 메시지에 더 관심
[이데일리 최정희 하상렬 기자] 25일 오전 9시를 앞둔 한은 신축건물 16층.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에는 취재진을 포함해 50여명의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장용성·박춘섭 위원이 임명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첫 금통위 회의인 만큼 7명의 금통위원의 모습을 담으려는 방송 카메라까지 등장,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새 멤버의 긴장감과 어색함이 회의장 전체를 덮었다. 이 총재는 침묵이 불편한 듯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에 나서기도 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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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성 위원은 8시 51분께 ‘경제동향과 정책방향’이라는 회의철을 들고 회의장에 착석했다. 아직은 집행간부들이 다 입장하지 않은 상황. 통상은 집행간부가 모두 착석한 후 금통위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왔던 관행 때문인지 장 위원은 금통위 실장의 손에 이끌려 잠시 밖에 나갔다. 이후 집행간부가 입장한 후 54분께 박춘섭 위원, 이승헌 부총재와 함께 재입장했다. 이 부총재는 두 위원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는지 “일찍 오셨네요”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박 위원은 본인 자리에 물이 없자 직원에게 물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56분에 등장한 조윤제, 서영경, 신성환 위원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표정으로 기자들과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57분께 이창용 총재가 회의장에 들어섰다. 보랏빛 와이셔츠와 넥타이 깔맞춤을 한 이 총재는 취재진의 요청에 의사봉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그 어느 때보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이 총재는 침묵이 불편한 듯 “저희는 회의를 몇 번 했는데 기자분들이 (두 분을) 보시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에게 카메라 세례가 계속되자 “저보다는 새로 오신 두 분을 찍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금통위는 한은 신축 본관에서 처음 열리는 회의인데다 장용성·박춘섭 금통위원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더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이날의 관심은 금리 결정보다는 이창용 총재의 메시지로 모아진다.
이 총재가 지난 4월 11일 금통위에서 단기 금리의 과도한 하락세를 경계하는 발언을 한 이후로 한은의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이 급증하고 단기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91일물 양도성 예금증서(CD)는 3.73%까지 올라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만기가 같은 통안채 금리는 3.467%로 12일 이후 연속 상승했다.
이에 금융시장에선 향후 통화정책의 가늠자로 한은의 공개시장조작을 주목한다. 한은이 단기자금시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보고 통화정책의 방향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작년말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얼어붙었던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연초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었던 통화정책이 최근엔 단기자금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서 ‘물가안정’쪽으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기저효과로 빠르게 3%대로 진입했지만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석 달 째 4%를 유지하며 더디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와 금융안정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수록 금리 동결 기간은 길어질 것이다. 금리 동결 기간이 길어진다면 이 총재 말의 무게는 더 커진다. 우여곡절 끝에 입주한 새 건물에선 좀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한은 총재로서의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새 건물의 위엄 때문인지 이 총재 뒤로 보이는, 1950년 6월 금통위 현장을 재현한 그림이 유독 더 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