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는 민노총 파업, 생존권 투쟁 아닌 정치파업 비판 속출

by황병서 기자
2022.12.02 10:17:09

민주노총, 오는 6일 전국 각지서 동시다발 파업 예고
파업 향한 싸늘한 여론…국민 58% “파업 자제해야”
‘정치파업’ 시선 속, 화물연대 ‘尹퇴진 촛불집회’ 나갈 듯
전문가들 “경제 위기 속 파업 명분 약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윤석열 정부 첫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벌이고 있는 동투(冬鬪)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로 전 국민이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했음에도 파업이란 극단적 카드로 경제난을 가중시킨단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노총이 생존권 투쟁이 아닌 정부에 타격을 입히려는 ‘정치파업’을 하고 있단 비판도 쏟아내는 중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6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총파업을 예고,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겠단 방침이나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고립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트럭들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 이 업체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수송이 끊기면서 시멘트 제품 제조·포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파업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등 노조 파업에 관해 국민 절반 이상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30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최근 화물연대 및 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경제에 악영향을 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58%로 집계됐다. 반면 ‘정당한 단체행위로 문제될 것 없다’는 응답률은 34%였다.

자제를 요청한 응답률은 전 지역, 전 연령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직업별로 봐도 사무·금융 등 화이트칼라에서는 ‘자제해야’, ‘문제없다’는 답변이 각각 52%, 44%로 6%포인트 차이에 불과했지만, 제조업·건설업 등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에선 61%, 34%로 격차가 27%포인트에 달했다. ‘노동자의 안전, 생존’을 내건 민주노총의 파업이 현장 노동자들에게서도 전폭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날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파업으로 퇴근길 대란이 벌어졌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비판 여론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12일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같은 달 23일 화물연대부터 시작한 연쇄 파업 등에서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무력화 저지 △공공분야 정원 감축·구조조정 및 민영화 중단과 공공성 강화 등이다. 화물연대의 경우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대한 요구다.



그러나 ‘파업’이란 이들의 요구 관철 방식은 전국 각지의 건설현장, 동네 주유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를 운영하는 서교공 노조의 파업은 전날 사측과의 합의로 하루만에 끝나긴 했지만 한파 속에 퇴근길 대란을 빚어내면서 “애먼 승객들을 볼모 삼는다”는 거센 반발을 샀다.

서교공 노조가 지난달 29일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결렬을 선언하고 다음날 파업에 돌입한 데엔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의 현장 방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돌면서, 민주노총이 파업을 기획하고 있단 의심도 사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공동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권에선 이번 민주노총의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노동정책을 ‘반노동, 반민생’으로 규정해온 민주노총이 정권에 타격을 입힐 목적으로 총파업을 기획하고 있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온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오는 3일 집회 무대에는 화물연대 간부가 올라 파업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파업’ 의혹을 더 키울 수 있다.

재계도 비슷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는 2일로 예고된 철도노조의 파업을 언급, “‘민영화 저지’를 내세운 ‘사실상 정치파업’으로 볼 수 있어, 목적의 정당성이 없는 불법파업에 해당할 수 있다”며 “철도노조는 즉각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볼모로 하는 명분 없는 파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 파업의 명분이 약하단 점을 비판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전운임제라는 건 모든 운송업자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시멘트와 컨테이너에만 적용되는데도, 화물연대가 다른 품목 운송자들과 함께 파업하는 건 정치파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업을 해야 할 쪽은 지금 더 힘든 자영업자들”이라고 꼬집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조는 불법 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이번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예전처럼 귀족노조 역성만 들어준다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