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통수 맞은 조선 '빅3', 하반기 순항할까

by정태선 기자
2014.07.06 15:06:32

상반기 수주, 작년 대비 '반토막'..해양플랜트 '저조'
평년 수준 수주 기대..LNG·LPG선 '단비'

LNG-FSRU 시운전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 3’ 조선업체의 올해 수주 목표액 달성에 먹구름이 끼었다. 올 상반기 수주가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빅3’ 조선업체의 올 상반기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수주액은 141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274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목표치를 작년보다 10% 정도 높은 545억 달러로 잡은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 달성률은 목표에 크게 미달한다 .

현대중공업(009540)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83억 달러를, 삼성중공업(010140)은 39억 달러를, 대우조선해양(042660)은 19억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올 연간 수주목표 대비 각각 33%와 26%, 13%를 달성한 것이다.

‘빅3’의 수주가 예상보다 부진한 원인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힘을 쓰지 못한 탓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나서 원유 생산량을 늘렸다. 이에 기존 오일 메이저의 수출량이 감소했고 덩달아 해양플랜트 발주도 줄었다. 실제로 BP와 로열 더치쉘 등은 해양 플랜트 설비 투자를 뒤로 미뤄 국내 ‘빅3’가 노리던 수주 장터가 서지 않았다. 이에따라 국내 ‘빅3’ 조선업체의 상반기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액은 전체의 26%인 39억 달러에 머물렀다. 작년 상반기 전체 수주의 65%인 180억 달러를 해양플랜트에서 올린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대형 3사가 초대형 생산·저장설비 시장을 독식하고 있지만 숙련된 엔지니어나 건조경험 부족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다”며 “한국 대형 3사는 앞으로 2년 동안은 해양 부문 보다 오히려 조선부문에 집중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양플랜트사업 가운데서도 성장성이 좋은 분야는 초대형 생산·저장 설비다. 시장은 시추에서 생산설비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데, 현재 ‘국내 빅3’는 전반적인 역량 부족으로 적지않은 수업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상선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현대·삼성·대우조선의 실적이 평년작 수준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하반기는 유럽의 금융완화 정책에 따른 영향으로 선박 금융쪽도 회복세를 타고, 이와 맞물려 신조선 발주가 점진적으로 늘어 평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선복량의 공급과잉도 해소국면에 왔다는 얘기다. 앞서 상반기에는 상선수요는 부진했지만, 탱크선, LPG선 등 일부 선종의 발주가 증가하며 종합 선가는 오히려 상승했었다.

성기종 연구원은 “초저금리와 여전히 싼 선가에 선주사들의 발주가 회복되고, 신조선가도 발주 회복과 함께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조선업계 구조조정으로 조선사수가 줄어들었고 우량 조선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선가 인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에 대형 VLCC(초대형유조선)와 LPG(액화석유가스)선이 신조시장을 이끌었다면, 하반기는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회복되면서 VLCC, LPG선과 함께 신조 시장 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