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종오 기자
2014.06.08 19:15:06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용산 통합 개발은 이제 물 건너 갔네요.”
6·4지방선거 다음날인 지난 5일 오전 찾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M공인 대표는 대뜸 한숨부터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용산 통합 개발’ 재개 공약이 끝내 공수표가 된 것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용산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동산업계의 최대 관심지역이었다. 지난 3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해 무산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한강변 주거지역인 서부이촌동과 용산역 일대 철도정비창 기지를 다시 단계적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하지만 석달여간 서부이촌동을 들썩이게 했던 ‘봄 꿈’은 통합 개발을 반대해 온 박원순 시장 재임과 함께 끝이 났다.
주민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손에 잡힐 듯 했던 초대형 개발의 청사진을 잊지 못한 이들은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일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최기종(71)씨는 “도시 미래와 한강 경관 등을 위해서라도 기존 계획대로 철도창과 주거지를 함께 개발하는 게 맞는다”며 “큰 밑그림 없이 급한 주거지부터 정비하다 보면 결국 난개발이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실제로 용산 민심은 통합 개발 공약에 흔들렸다.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정몽준 후보는 용산구에서 총 5만8479표(49.93%)를 얻어 5만7807표(49.36%)를 획득한 박 당선자를 근소한 차로 앞질렀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강남·서초구를 제외하고 정 후보가 박 당선자보다 많은 표를 얻은 곳은 용산구 뿐이다. 그만큼 개발 지지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박 시장의 재임으로 서부이촌동에서는 앞으로 낡은 주거지를 우선 정비하는 ‘맞춤형 개발’이 추진될 전망이다. 총 7개 블록 중 지은 지 30년이 넘은 중산시범·이촌시범아파트와 미도연립, 남쪽 단독주택지(이촌동 203번지 일대) 등을 먼저 개발한다. 용적률 등 각종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고층 복합 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나머지 지역과 철도정비창 개발은 추후로 미뤄진다.
선거 중 꿈틀댔던 집값은 다시 예전 시세로 돌아갔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대림·성원 아파트 전용면적 59㎡형의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과거 5억원 중반에서 선거전이 시작된 올해 3월엔 2000만~3000만원 가량 오르기도 했다. 이복순 용산365공인 대표는 “통합 개발 얘기가 나오면서 투자 문의가 늘었다가 지금은 다시 잠잠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큰 통합 개발보다는 현실성 높은 소규모 개발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촌시범 아파트 주민 김모(34·여)씨는 “주로 나이 많은 주민들이 크게 개발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믿는 탓에 통합 개발을 원했다”며 “하지만 작게라도 차근차근 개발하는 것이 재개발이 안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임현택 부동산뱅크 대표는 “구체적 계획 없는 통합 개발보다 분리 개발이 오히려 안정적인 사업 방향”이라며 “낡은 주거지를 우선 개발하면 전반적인 주거 환경 개선 효과로 이 일대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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