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재은 기자
2012.07.31 11:00:00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 은행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그동안 성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여론의 비난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 해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가계나 기업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자기 잇속만 차린다고 비난을 받아온 와중에 CD금리 조작과 가산금리를 통한 폭리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일부 은행에서 대출계약서를 조작하고 학력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별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은행은 그야말로 한 순간에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조직이 되고 말았다.
대출계약서 조작과 특정 계층에 대한 대출 차별과 같은 사례는 변명의 여지없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또한 만에 하나 CD금리 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심각한 범죄행위로서 민형사상 책임을 질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이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가산금리 부분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과 무차별적인 비난은 은행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과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상업성과 공공성에 대해서도 균형잡힌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은행의 가산금리는 간단하게 직간접 비용이 포함된 평균 조달금리에 더해지는 금리로 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로 조달금리가 낮아졌는데도 가산금리를 더 올림으로써 은행이 고객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부당하게 편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산금리는 대출자의 신용위험과 은행의 유동성위험에다 적정이윤이 반영되어 결정되고 경쟁 강도에 따라서도 변동된다는 점에서 이들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그 수준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이후 우리나라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했고 예대율 규제로 은행이 예금확보와 대출축소 압박을 받으면서 가산금리 상승요인이 발생했다. 은행들은 여기에 경쟁상황과 적정이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산금리를 결정했다. 만약 국내 은행들이 당시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인상했다면 수익성이 상승했어야 하지만 순이자마진(NIM)은 2007년 2.44%에서 2008년 2.30%, 2009년 1.98%로 하락했고 2012년 들어서도 1분기 2.18%, 2분기 2.13%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은행이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인상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이익규모에 대한 비판, 중소기업과 서민계층에 대한 역할 주문, 수수료 수준에 대한 비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은행의 역할을 감안할 때 공공성에 대한 요구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은행산업이 금융당국과 시장으로부터 엄격한 규제와 감독, 감시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은행도 이윤을 추구하는 사적 기업이며 ‘중개기능을 통한 자금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막중한 역할도 상업적 이윤동기가 뒷받침돼야만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내 은행들이 해외 선진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익기반이 확고히 갖춰져야 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은행의 지원이 절실해지는 반면 은행은 반대로 자금줄을 조이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은행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커져 왔다. 이러한 점에서 은행도 상생의 전략을 모색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생존을 위한 대응마저 과도한 탐욕으로 매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은행의 공공성만을 강조하여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시킨다면 이는 재정 건전성과 함께 국가신인도를 지탱하는 한 축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