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10.02.01 10:45:18
채권단 `모럴해저드` vs 그룹 `반대매매`
채권단, 주식매각 경위·내역서 제출 요구
대주주 사재 출연 동의서 아직 제출 안해
대주주 지분 감자· 채권단 출자 전환 예정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주주(오너) 일가가 보유중인 계열사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고 있는 것에 대해 채권단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특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절차를 밟고 있는 금호산업(002990)의 대주주 지분은 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 등으로 그 가치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개인 재산을 챙기려는 `모럴 해저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채권단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호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1일 "금호그룹 대주주들에게 워크아웃방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주식 매각을 중단하고 기다리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며 "사회 통념상 대주주가 먼저 빠져나간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주주간 이해관계가 다르고 주식 상당수가 담보로 잡혀 있어 반대매매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채권단으로서는 마땅한 수단이 없어 주가가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측 대주주들도 금호산업과 금호석유(011780)화학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담보대출금을 갚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금호 계열사 워크아웃 이전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대립했던 박찬구 전(前) 석유화학부문 회장측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다른 채권단들은 대주주들의 `모럴 해저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들에게 주식 매각 경위과 사용 내역서를 제출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면서 "하지만 아직 대주주측이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도 사견을 전제로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故)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인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은 지난달 6일 하루동안 금호산업 주식 139만2553주(보통주 기준 2.86%)를 매각, 금호산업 지분율을 3.59%에서 0.72%로 낮췄다. 이는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할 때 여러날에 걸쳐 지분을 분산 매각한 것과 차이가 있다. ★
금호 채권단 관계자는 "통상 주식담보대출금을 갚기 위해 반대매매 차원에서 주식을 팔 때는 담보가치에서 주가가 하락한 만큼만 주식을 매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삼구 명예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상무도 지난달 금호산업 주식 43만주와 40만주에 대한 담보 계약을 해지, 곧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들 부자(父子)는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는 담보를 추가하고 있다. (관련기사 참조 ☞ 사재출연할 금호주식, 시장에 술술···앞으로 얼마나?)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담보 계약을 해지한 것은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갚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철완 부장도 금호산업 주식을 매각하기 전 상당수 담보 계약을 해지했다.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금호산업 주식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금호석유화학과 달리 대주주 지분에 대해 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 등으로 향후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실사가 끝나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대주주 지분은 상당부분 감자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규자금을 지원할 때 대주주들에게 감자와 출자전환 등 앞으로 채무재조정에 대해 동의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오는 3일 금호산업에 대해 2조8000억원 규모 신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금호 대주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급락했던 2008년 하반기와 2009년 상반기에는 보유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재영 박철완 박세창 박준경 등 금호가 3세들은 2008년 7월을 저가 매수 시기로 활용해 당시 그룹 지주회사였던 금호산업 주식을 매집했다.
이와 관련, 금호그룹 오너들은 아직까지도 사재 출연과 관련한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대주주측과 합의가 이뤄졌다"면서도 "아직 문안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달전인 지난달 30일 금호측은 그룹 유동성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박삼구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모두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전부를 사재 출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그룹 오너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금호석유화학 1162만1326주(45.7%)와 금호산업 258만1630주(5.3%) 등으로 시장가치는 25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