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상용 기자
2009.12.17 11:22:23
아부다비투자청, 씨티그룹 투자계약 무효 소송
백기사 자청 국부펀드들 잇따라 투자지분 처분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미국 대형 은행에 투자했던 해외 국부펀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분을 정리하며 차익실현에 나서는가 하면 손실을 책임지라며 법적조치를 취하는 국부펀드가 등장하고 있다.
한 때 백기사를 자청했던 해외 국부펀드들이 미국 은행권의 주식남발에 염증을 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전날 아부다비투자청(AIDA)이 씨티그룹을 상대로 `투자계약 무효` 소송에 나서면서 해외 국부펀드와 미국 은행간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AIDA가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했던 시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의 싹이 피어나던 2007년 11월이었다.
당시 AIDA와 씨티그룹이 맺었던 `에쿼티 유닛`계약의 내용은 씨티가 AIDA에 11%의 배당을 지급하고 AIDA는 2010년 3월~2011년 9월중 최소 주당 31.83달러에 투자금을 보통주로 전환한다는 것.
현재 씨티그룹의 주가가 4달러에도 못미치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 주가는 3.53달러로 떨어져 지난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AIDA가 계약을 이행할 경우 현 시세대로라면 즉각 8배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일단 AIDA는 투자 당시 씨티그룹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 자신들을 기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으나, 씨티그룹이 모기지 관련 예상손실을 축소했다는 주장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AIDA의 대응조치가 나온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미국 재무부에 구제금융을 갚기 위해 대규모 증자를 앞두고 있다. AIDA의 이번 조치는 지분희석과 투자손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다른 해외 국부펀드들 역시 이번 사태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AIDA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경우 향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주요 은행들에 투자한 국부펀드는 싱가포르투자청과 테마섹 등이다. 싱가포르투자청이 주도했던 컨소시엄의 경우 지난 2월 씨티그룹 지분 17.8%를 인수했다. 테마섹은 2007년 12월과 2008년 6월 두차례에 걸쳐 메릴린치(현재 BOA에 합병)에 96억달러를 투자했다.
금융위기 당시 백기사를 자청하며 해외 은행 투자에 나섰던 국부펀드들의 지분 정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싱가포르투자청이 장내매각을 통해 씨티그룹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춘데 이어 카타르 국부펀드 역시 보유중이던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 지분 가운데 3.7%를 23억 달러에 팔았다.
이달 들어선 지난 6일 쿠웨이트 투자청(KIA)이 보유 중이던 씨티그룹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뒤 팔아 11억 달러의 차익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