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회장 사퇴 왜? 또 외풍?

by김국헌 기자
2009.01.14 10:46:00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이구택 포스코(005490) 회장이 결국 자진사퇴키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사퇴의사를 굳히고 주요 임원들에게 이같은 뜻을 전달했다.

15일 실적발표에 앞서 열릴 정기 이사회에서 물러날 뜻을 이사진들에게 공식적으로 언급할 예정이다.

후임 회장으로는 윤석만 사장과 최근 포스코에서 포스코건설로 옮긴 정준양 사장이 유력하다.

이 회장의 사퇴배경에 대해서는 설이 구구하다.

과거 정권교체기마다 포스코 회장이 교체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최근 불거진 국세청 로비설과의 연관성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출발, 이미 민영화 됐고 외국인 주주 지분이 40%를 훌쩍 넘는데도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고 태생 자체가 과거 정권의 강력한 산업화 드라이브 정책과 맞물리다보니 여전히 공기업으로 인식돼 온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역대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정권교체기 즈음에 중도사퇴하는 등 외풍을 심하게 겪어왔다.

김영삼 정부 때는 박태준 회장이 임기 중 물러났고 김대중 정부 때는 김만제 회장,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유상부 회장이 줄줄이 이런 저런 이유로 물러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상부 회장의 중도하차로 인해 잔여임기를 채우는 형식으로 포스코 회장에 올라 노무현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해 온 이구택 회장에 대해 정치적 압력이 작용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구택 회장이 일부 핵심임원들에게 "새 정부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의 사퇴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나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영을 잘 해왔고 파이넥스 신기술 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성 가동했을 뿐 만 아니라 국제철강협회 회장직에도 오르는 등 위상을 탄탄하게 굳혀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격사퇴에 배경에는 외풍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포스코의 일부 시민단체 지원 등이 도마위에 올랐던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으로 최근에 불거진 국세청 로비설이 사퇴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 포스코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세무조사기간 단축과 추징금 감면, 검찰고발 회피 등을 목적으로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은 없다.

포스코가 당시 1700여억원에 달하는 거액 추징을 받았고, 이 부분에 대해 추징취소소송을 벌이고 있어, 국세청 로비설과 이 회장의 사퇴를 연계시키기는 무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보로 판명나긴 했지만 국세청 로비설과 관련해 검찰이 이구택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후 사퇴설이 강하게 돌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의 결심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꼬투리'가 크게 잡힌 건이 있다는 업계 소문이 있다. 최근 KT 남중수 사장이 개인비리로 구속된 사례에 비유하는 것이나, 내용 자체가 현재로선 근거가 상당히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이구택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부터 끊임없이 흔들기가 시도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쨋거나 포스코로서는 최고경영자가 결국 다시한번 정권교체기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기록을 한번 더 세우게 됐다.

포스코는 조만간 CEO추천위를 거쳐 새 CEO 후보를 결정하고 내달 주총 등을 거쳐 최종선임할 예정이다. 새 CEO는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