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태선 기자
2004.03.11 10:09:42
강제규필름·튜브엔터 등 우회등록 속출..보수적 접근 바람직
[edaily 정태선기자] 영화관련업체들이 등록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합병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속속 데뷔하고 있다.
최근 튜브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강제규필름과 명필름, 싸이더스HQ, 싸이더스 등이 인수나 합병, 주식교환 등을 통해 공개시장에 잇따라 우회진출했다.
이같은 영화관련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의 백도어리스팅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익성을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영화산업 자체가 시장을 넓혀가며 성장하고 있지만 주가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산업화 과도기 현상..강제규필름·튜브엔터 등 속속 진출
영화산업이 확대되면서 중견급의 영화관련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은 안정적인 자금확보를 위해 기업공개시장을 기웃거려왔다.
하지만 `고수익 고위험`의 특성을 안고 있는 영화사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없어 기업공개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명필름이 등록보류 결정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가 백도어리스팅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10일 명필름과 강제규 필름은 상장사인 세신버팔로와 주식교환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영화사로서는 처음으로 거래소에 우회상장하게 됐다. 사명도 `세신버팔로`에서 `엠케이버팔로`로 바꾸고 본격적인 영화사업 진출 채비를 끝마친 것.
이날 영화 `집으로`의 제작사였던 튜브엔터테인먼트와 DSP엔터테인먼트가 음성소프트웨어 업체인 보이스웨어의 경영권을 5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보이스웨어의 최대주주인 백종관 대표이사가 보유지분 101만여주(12.14%)를 흥보실업 문흥렬 대표와 DSP엔터테인먼트 이호연 대표에게 매각한 것. 흥보실업은 영화 "집으로"의 제작사 튜브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이며 DSP엔터테인먼트는 핑클, 클릭비 등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연예기획사다.
이에 앞서 연예매니지먼트업체인 싸이더스HQ는 지난해 여성내의 의류업체 IHQ(옛 라보라)를 인수(21.41%), 최근 합병을 위한 등록법인 신고를 마쳤고,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도 씨큐리콥(052640)과 지난 1월 최대주주간 주식 맞교환을 통해 씨큐리콥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영화관련업계에서는 아직까지 걸음마단계인 영화산업의 시장파이를 키우기 위해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자금확보를 위한 일종의 자구책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3할 5푼`도 힘들다.. 일희일비 참을 수 있을까
하지만 증권업계의 시각은 냉랭하다. 신규 수익모델을 발굴했다는 측면에서 주가가 단기간 상승할 수 있지만, 영화관련사업이 주식시장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들이 일년에 한 두편도 나오기 힘든 실정. 게다가 야구타자와 같이 기록이 3할5푼정도면 훌륭하다고 봐주는 주식시장도 아니다. 영화 편편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시장에서 주가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지속적인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주가가 될 것이란 얘기다.
영화 `실미도`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시네마서비스가 플레너스에서 물적분할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경영실적이나 목표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보겠다는 강우석 감독의 승부수인 셈. 영화제작이나 투자에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시네마서비스도 지난해 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플레너스 주가에 타격을 줬었다.
해외시장에서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같은 특성때문에 영화관련주들을 선호하지 않는다. 파라마운트 등과 같은 해외 메이저 영화사들도 공개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포트폴리오 구성해야..보수적인 접근이 필요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들이 주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사 소니엔터테인먼트처럼 영화나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디즈니랜드와 같은 오락사업이나 출판사업과 같은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CJ엔터테인(049370)먼트가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받은 것도, 영화 투자나 배급보다는 `CGV`라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통해 영화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준균 연구원은 "최근 영화업체들의 우회적인 기업공개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여주어야만 시장에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사업이 성장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개별 종목별로는 단기재료에 따라 주가급락이 심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고"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