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유예·준비’ 택했는데…개인정보위는 “예정대로 시행” [only 이데일리]

by강민구 기자
2026.08.06 05:05:03

마이데이터 확대 앞두고 산업계 긴장
“데이터 보호와 AI 혁신 균형 필요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카카오페이(377300)는 내 모든 은행 계좌, 카드, 투자, 대출 내역을 한곳에 모아 조회할 수 있고, 월급날, 전월세대출 만기 등 개인의 금융 일정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나만의닥터, 헬스케치2.0, 레몬헬스케어 등은 금융·의료 마이데이터를 연동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하지만 이런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제공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오는 20일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 전 분야로 확대 시행되면서 기업이 개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제도 자체보다 시행 방식에서 불거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 마이데이터 도입 당시 기술적 준비 부족을 고려해 시행 시점을 조정하고 시장 적응 기간을 둔 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예정된 일정에 맞춰 제도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기존 서비스 혼란과 데이터 기반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는 ‘준비 기간’ 줬지만…개보위는 예정대로 추진

이번 논란은 2020년 금융 마이데이터 도입 과정과 비교된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 데이터 활용 확대를 위해 마이데이터 제도를 추진하면서 보안 강화를 이유로 기존 자동 수집 방식인 스크래핑을 줄이고 표준 API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 반발이 컸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단기간에 API 체계를 구축하기 어렵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방식이 바뀌면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금융위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스크래핑 제한 시점을 여러 차례 조정했고, 약 1년 반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제도를 안착시켰다.

기업들이 이번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시행 과정에서 금융위 사례를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데이터 제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준비와 시장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데이터 없는 AI 서비스 어렵다”…기존 서비스 변화 우려

업계는 이번 시행령이 적용되면 핀테크·헬스케어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기업들은 이용자 동의를 받아 금융·건강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분석해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이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위의 ‘단순 전달’ 원칙이 적용되면 대리인은 데이터를 자체 서버에 저장하거나 분석할 수 없다. 데이터를 저장·활용하려면 별도의 제3자 전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는 데이터 축적이 어려워지면 AI 기반 맞춤 서비스 고도화가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금융 앱은 과거 소비 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건강관리 서비스는 장기간 축적된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 위험을 예측한다. 하지만 데이터 저장이 제한되면 이런 분석 기능 구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가 서버에 축적되지 않으면 앱을 실행할 때마다 금융기관이나 의료기관에서 정보를 다시 받아와야 한다”며 “장기간 데이터를 활용한 AI 분석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데이터 요청이 늘어나면 원천 데이터를 보유한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의 시스템 부담이 커지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서비스 속도 저하와 인증 절차 증가 등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위 “통제권 강화”…업계 “현실 반영해야”

개인정보위와 산업계의 입장 차이는 데이터 활용 방식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갈린다.

개인정보위는 소비자의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려면 데이터 전달과 활용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권리는 보장하되, 기업이 이를 저장·분석해 서비스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동의와 안전장치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업계는 실제 서비스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관리 앱은 과거 건강검진 기록과 생활 데이터를 축적해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고, 금융 앱 역시 장기간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구조”라며 “현장 상황을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위는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전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신민필 개인정보위 범정부 마이데이터 추진단장은 “API 방식으로 제공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고, 스크래핑 역시 무단 수집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20일 시행 이후 기존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