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뜨거운 여름' 지났나…매물 쌓이고 가격 상승폭 줄어

by이윤화 기자
2024.10.01 09:56:52

8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 1만992건 전월비 14% 감소
서울 집값 견인하는 강남4구 거래량 24% 감소 기록
시장에 매물 쌓이고 매매가격 변동률 상승폭도 줄어
"관망세는 단기 급등 피로감 영향…연말까지 지켜봐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매 문의가 꾸준했고, 주말에는 한 두 건씩 거래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시 뜸해진 분위기다. 대출이 까다로워진단 이야기가 나왔던 8월부터 그랬는데 추석이 있던 이번 달은 체결 건수가 더 적어졌다. (노원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노진환 기자)
서울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이어가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가파르게 늘던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 증가폭이 8개월 만에 꺾였고, 가격 상승폭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정부도 8·8대책 이후 공급물량 확대 후속 조치와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여름’은 지났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놨다.

국토부가 30일 발표한 ‘8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1만 992건을 기록했다. 두 달 째 1만건대 거래량을 기록하고는 있지만 7월 1만 2783건에 비하면 1791건(14%) 줄어든 것이다.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올 1월(4699건) 이후 7개월 연속 상승폭을 확대해왔지만, 지난달 8개월 만에 증가폭 확대 추이가 꺾인 것이다.

특히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강남 4구의 8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2326건으로 전월 대비 감소 폭(24.4%)이 서울 평균(1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시장만 놓고 봐도 거래량은 주춤하다. 지난 7월 8872건으로 4년 만에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8월(30일 기준) 6067건으로 급락했다.

수도권 전체 주택 매매량도 3만 2776건으로 전월보다 13.0% 줄었다. 인천(4143건)과 경기(1만 7641건) 모두 각각 전월비 11.0%, 12.9% 줄어든 수치다. 지방도 2만 7872건으로 9.0% 줄어들면서 전국 주택 매매량은 6만 648건으로 전월보다 11.2% 감소했다.



시장에 쌓이는 매물도 늘었다. 부동산 정보 앱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 2684건으로 두 달 전인 7월 말(7만 8711건) 대비 5.0%나 증가했다. 이는 서울 아파트 매물량 역대 최고 수준인 8만 5000건에 근접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2022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로 5월 8만 5000건대까지 꾸준히 늘다가 올해 상반기 시장 회복 여파로 다시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 두 달 간은 그동안 급격히 오른 가격 급등 피로감과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거래가 다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폭도 꺾이고 매수 심리도 열기가 식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달 12일 0.32%까지 올랐다가 이달 23일 기준 0.12%까지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은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일어난 단기 가격 급등 피로감, 정부의 8·8 공급 대책 및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이 이달 26일까지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은 전달 대비 4조5457억원 증가했다. 8월 순증액 금액인 8조9115억원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8월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 전체주택). (자료=국토부)
정부는 이런 통계를 근거로 부동산 시장 상승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성수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지난 26일 열린 정책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택 거래량과 주택담보대출 잔액, 매물 추이를 기준으로 볼 때 최근 부동산 시장은 뜨거운 여름은 지난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다”면서 “거래량은 7~8월 들어서 20% 가량 감소했고 9월 들어서는 구체적인 숫자는 말할 수 없지만 더 감소폭이 커졌다. 5대은행 주담대 잔액은 둔화되는 모습이고, 매물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관망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9월 5대은행의 신규 주담대 집행 규모가 7조 8466억원으로 8월(11조 1465억원)에 비해 줄어들기 했지만, 추석 연휴 3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신규 취급액은 3412억원으로 8월(3596억원)에 비해 5% 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에 거래량도 주춤하고 매매가격지수 변동률도 조금 내려가긴 하는데 8·8 대책 공급의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고 전고점 가까이 회복한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 영향이 크다고 본다”면서 “대출 규제 영향도 있긴 하겠지만 이것 역시 대출이 막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집을 살 사람들이 안 사진 않을 것이고, 시기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등이 확실해질 연말을 기점으로 시장 관망세가 이어질지 다시 오를지 방향이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