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찾아 저승에 온 남매…영화·공연 넘나드는 이색 모험
by장병호 기자
2017.10.03 16:30:00
김태용 감독 첫 국악 공연 ''꼭두'' 미리 보니
연기·음악·영상·무용 등 한데 어우러진 작품
방준석 음악감독 기존 전통음악 재구성해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작품이 될 것"
| 국립국악원 ‘꼭두’의 한 장면(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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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죽은 자를 안내하는 네 명의 꼭두가 무대 밖 관객에게 인사말을 전한다. 시중꼭두·길잡이꼭두·광대꼭두·무사꼭두 등 역할도 제각각이다. 시끌벅적한 꼭두들의 인사말이 끝나면 무대 위에서 스크린이 내려온다. 스크린에서는 강아지를 갖고 싶어 할머니의 꽃신을 몰래 파는 남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와 국악을 결합시킨 이색 공연 ‘꼭두’가 오는 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막한다. 국립국악당이 선보이는 대표공연이다. 영화 ‘가족의 탄생’ ‘만추’의 김태용 감독, 영화 ‘곡성’ ‘부산행’의 방준석 음악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국악계는 물론 공연계와 영화계의 관심을 모았다.
최근 예악당에서 진행한 연습을 통해 미리 본 ‘꼭두’는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힘든 공연이었다. 영화이자 연극이면서 국악과 전통춤이 등장하는 전통공연이었다. 무대 곁에 자리한 국악 연주자들은 영화 장면에 맞춰 음악을 연주하고, 배우들은 무용수가 춤추는 무대 위를 자유롭게 거닐며 연기한다. 연기·음악·영상·무용 등 각각의 요소가 경계 없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국립국악원 ‘꼭두’에 출연하는 수민 역의 배우 김수안(오른쪽), 동민 역의 배우 최고(사진=국립국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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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할머니의 꽃신을 찾다 저승세계에 온 두 남매가 네 명의 꼭두를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상여의 부속물로 만든 꼭두는 죽은 자가 저승을 향해 가는 힘든 길을 함께 하는 존재다. 두 남매를 죽은 걸로 생각해 삼도천으로 안내하던 꼭두들은 남매가 저승세계에 잘못 왔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되돌려 보내기 위한 모험을 무릅쓴다.
김 감독은 이번 공연을 위해 30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전남 진도에서 촬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과 저승을 각각 영화와 무대로 구성해 90분 분량으로 공연을 구성했다. 영화 속 이야기와 무대 위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는 만큼 공연 중간 중간 스크린이 등장한다. 영화와 공연이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느낌이다.
공연에는 국립국악원 정악단·민속악단·무용단 등 국악원 소속 예술단원 150여명이 출연한다. 본격적인 국악 공연 작업이 처음인 방 음악감독은 기존의 전통음악을 공연에 어울리게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음악작업을 진행했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다소 빠른 장단에 표현도 자유로운 민속악과 느리면서 정갈한 정악을 구분 없이 섞어 색다른 국악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국립국악원 ‘꼭두’의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사진=국립국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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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영화는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다. ‘꼭두’에서도 김 감독 특유의 연출력을 엿볼 수 있다. 할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겪는 두 남매와 네 꼭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상실·아픔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김 감독은 “죽은 자를 살아 있을 때보다도 황공하게 받아들이는 꼭두에서 따뜻함과 함께 묘하게 사람을 울리는 지점을 느꼈다”며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행’ ‘군함도’로 잘 알려진 아역배우 김수안이 남매 중 누나인 수민을 연기한다. 네 명의 꼭두로는 배우 조희봉·심재현과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이하경·박상주 단원이 캐스팅됐다. 4일부터 22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한다. S석 5만원, A석 3만원. 추석 연휴 기간인 8일까지의 공연에 한해 전석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 국립국악원 ‘꼭두’에서 꼭두 역을 맡은 출연자들. (왼쪽부터)시중꼭두 역 배우 조희봉, 길잡이꼭두 역 배우 심재현, 광대꼭두 역 국립국악원 무용단원 이하경, 무사꼭두 역 국립국악원 무용단원 박상주(사진=국립국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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