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현대증권 인수전 변수는?

by신상건 기자
2016.03.27 15:39:22

한국·KB금융, 액티스 등 3파전 전개
이달 29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인수가격 외에 자금 증빙 능력 등 관건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지난해 한 차례 불발됐던 현대증권 인수전이 한국·KB금융지주와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인 액티스의 3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전에서는 가격 외에 인수후보자들의 자금 증빙 능력과 딜 구조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29일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지난 25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한국·KB금융지주와 액티스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지분 22.43%와 기타 주주 몫 0.13% 등 총 22.56%다.

현대증권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017800)는 이달 28일 현대증권 매각 가격의 기준 가격을 밝힐 예정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본입찰 전날인 24일 기준 가격을 적어 매각 측과 함께 한 시중은행의 비밀 금고에 보관했다. 매각 측은 올해 상반기 중 현대증권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 가격은 6800억~7100억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상선 연결 재무제표가 반영된 현대증권 지분 22.43%의 장부가격이 7015억원, 애초 취득 원가가 6733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번 현대증권의 인수 가격은 7000억원 이상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또 단순히 인수 후보자들이 인수 희망 가격을 많이 썼다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도 아니다. 매각 측에서 인수 가격뿐 아니라 현대증권 지분 매각 주체인 현대상선(011200)에 가장 많은 현금이 유입되도록 딜 구조를 짜오는 쪽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경기 침체에 따른 해운업 불황 등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조건부 자율협약)를 고려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현대상선은 메리츠증권과 현대엘리베이터에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2500억원 등 총 4219억원(담보대출)의 빚을 지고 있다.



만약 현대증권 매각 대금이 들어오면 현대상선은 가장 먼저 이 빚을 갚아야 한다. 또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도 3600억원에 달해 현대증권을 7000억원에 판다고 해도 현대상선 스스로는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의 이유가 현대상선의 재무 구조 개선인 만큼 얼마나 많은 현금이 유입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가격을 많이 쓴 쪽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후보자 입장에서는 가격 외에 딜 구조까지 고려해야 하는 까다로운 딜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이 증권업계 마지막 대형 매물이 될 수 있는 만큼 인수 후보자 간 물밑 경쟁도 전개되고 있다. 특히 유력 후보로 꼽히는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일례로 KB금융은 입찰 방식을 현재 공개 매각방식에서 경매호가(프로그레시브 딜)방식으로 전환하자고 매각 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매호가방식은 일정 금액을 제시해 본입찰을 통과한 인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KB금융 입장에선 그만큼 자금 증빙 능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매각 측에 경매호가 방식을 제시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한국금융지주도 김남구 부회장이 “현대증권 인수와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아시아 최고 증권사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며 직접 딜을 챙길 정도로 현대증권 인수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홍콩계 PEF인 액티스는 다양한 딜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몸값이 예상외로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며 “다만 일각에서 무리한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