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유출 핫이슈`..하이닉스 인수전 판세 바뀌나

by윤종성 기자
2011.08.04 11:02:14

하이닉스 노조·시민단체, 외국계 자본 개입에 대해 노골적 반발
채권단, 우산협상대상자 선정 시 비가격 요소 반영 비중 높힐 듯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채권단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자금 출처 등 비가격 요소의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000660) 안팎에서 외국계 자본 유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데 따른 것으로, 중동계 국부 펀드와 함께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하는 STX에게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최근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 정책금융공사 측에 `인수자금 출처조사`를 요구했다.

현대건설 매각 때처럼 인수 후보자인 SK텔레콤과 STX그룹의 자금 출처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하며, 특히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에 대해선 샅샅이 뜯어봐야 한다는 게 센터측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이 같은 요구를 지난 2일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금융위원회, 지식경제부 등에 전달했으며 8일까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하이닉스 노동조합(노조)은 "불분명한 외자 유입에 따른 국부유출과 기술유출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에선 "특정 기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중동계 자본을 끌어들인 STX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처럼 외국계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것은 쌍용차, 외환은행 등 외국계 자본에 팔려간 국내 기업들이 기술 유출 논란, 먹튀 논란과 같은 후유증을 겪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기술 유출 논란을 부른 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와 인도 마힌드라에 되팔렸으며 외환은행은 여전히 론스타의 먹튀 논란에 휘말려 있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하이닉스가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갈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외국계 자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낀 채권단이 자금 조달, 경영 능력 등 비가격적 요소의 반영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매각된 대한통운의 경우 비가격 요소의 비중이 25%였으며 현대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있어 비가격 요소의 반영 비중이 35%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TX 관계자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급할 게 없다"면서 "지금은 실사에 집중하고, 본입찰 전까지 컨소시엄 파트너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9월9일(잠정) 하이닉스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인 채권단은 8월말에서 9월 초 사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