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in 증권가)`한우물만 파는` 강명자 지점장

by권소현 기자
2010.01.19 11:13:26

골든브릿지證 최초 여성 지점장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솔직히 여러 군데에서 스카우트 제의 많이 받았는데 한 번도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원래 한우물만 파는 성격이라 정중하게 거절했죠"


남자 못지 않은 의리를 자랑하는 이 여성은 바로 강명자 골든브릿지증권 일산 지점장()이다. 골든브릿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점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198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려증권에 입사해 명동지점에서 증권맨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고려증권은 외환위기때 부도처리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중견 증권사로 고려금융그룹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여직원들에게는 치명적인 사규가 있었으니 바로 결혼하면 퇴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93년 결혼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낸 강 지점장은 이듬해 기혼자를 받아주는 상업증권에 입사했다.

그 이후 대유증권에 합병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대유리젠트증권, 리젠트증권, 브릿지증권, 골든브릿지증권으로 회사는 여러 번 변신했지만 강 지점장은 그 역사를 지켜보며 항상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부침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지점도 50여개에서 11개로 줄었다. 회사는 올해 초 그중 한 지점을 강 지점장에게 맡긴 것이다. 그동안 강 지점장이 보여준 성과를 믿었기 때문이다.

일산지점장으로 옮기기 전 금호동 지점에 있을 때 1년 가까이 매달 100억원 가량의 약정을 했다. 늘 약정 1~3위에 들었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실적이 저조한 일산 지점을 맡겨볼만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렇게 실적이 좋았던 것은 좋은 고객을 만난 덕이라며 고객 덕으로 돌린다. 강 지점장은 "무리한 대접을 요구하기보다는 돈만 벌어주면 된다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며 "투자한 주식에서 손실이 나도 마음 써주고 같이 속상해 해주면 고객들이 오히려 위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소액투자자들을 공략한 것도 강 지점장의 전략이었다. 거액 자산가들만 계좌관리서비스를 받으라는 법도 없고, 티끌 모아 태산이기도 했다.



그는 "소액 투자자들은 남성 직원에게 가는 것을 꺼린다"며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이런 소액투자자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의 영업력에 밀려 속상했던 적도 많았다. 기억에 제일 남는 고객 중 하나도 자산이 50억원대였던 일식집 사장이다.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매일 일식집에 가서 사비로 1인당 20만원 가량하는 회를 사 먹는 등 정성을 들인 결과 성공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다른 대형 증권사로 옮겨갔다.

강 지점장은 "섭섭했지만 다른 면에서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대형 증권사로 간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며 "지금도 가끔 안부전화를 한다"고 말했다. 한번 고객이었으면 떠나도 영원한 고객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의리에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 때문에 강 지점장을 믿고 계좌를 맡긴 고객이 상당하다. 금호동 지점에서 강 지점장을 따라 일산 지점으로 온 고객도 50명 정도 된다.

금융위기 때에도 무리하게 매매하기 보다는 고객들의 자산 중 일부를 현금화하는 등 자산관리에 치중하면서 무사히 넘겼다. 그래도 워낙 증시 하락폭이 컸던 만큼 피해 갈 수 없었던 손실에 대해서는 수시로 분석 보고서와 메일을 보내면서 언젠가는 회복될테니 기다리자고 고객들을 설득했다.

강 지점장은 "회사 입장에서야 매매를 많이 하는 것이 좋지만 자산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안 된다"며 "2008년 10월부터 3개월 정도는 매매보다는 고객관리만 했다"고 말했다.

주가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고객들의 신뢰는 더욱 높아졌고 강 지점장의 더욱 확실한 고객이 된 것이다.

강 지점장의 꿈은 여성 직원들로만 꾸려진 여성화 점포를 만드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성이 갖고 있는 부드러움과 꼼꼼함을 영업에 접목시키면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