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초상`

by경향닷컴 기자
2009.07.01 11:41:00


 
[경향닷컴 제공]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무대공간에서 이뤄지는 연극’. 이 타이틀로 흥미를 끄는 데 일단 성공한 연극 <다락방>(사진)은 국내에서 낯선 일본의 극작가 겸 연출가 사카테 요지의 작품이다. “무언가에 늘 갇혀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사카테는 성인 3~4명이 앉을 만한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지난 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이 작은 무대공간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정해진 100석이 모자라 무대 바로 밑까지 30여개의 보조방석이 깔렸다.

<다락방>은 20~30년 후 미래 일본 사회가 배경이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비좁은 상자갑 같은 ‘다락방’이 통신판매로 불티나게 팔린다.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히키코모리’를 위한 것이다. 사건은 다락방에서 살다 자살한 동생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다락방의 오리지널 제조자를 찾아나서는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각 다락방 주인들의 사연이 기차 칸처럼 이어진다.



학교에서 고릴라 같다고 놀림을 당한 여학생부터 무기력함과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년간 소녀를 감금해 키우는 중년의 남자, 다락방에 편의점 음식을 잔뜩 쌓아놓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아이, 다락방의 죽은 시신 앞에서 근친상간을 고백하는 남자, 철거신세에 놓인 다락방 안의 사람까지 다양하다. 블랙코미디로 웃기지만 엽기적인 내용도 상당하다. 일본 연출가의 작품답게 배우들의 연기나, 상황묘사가 일본 단편영화나 소설의 한 장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도 끼어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색다르게 느껴진다.

다락방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상상력의 힘을 빌려 시공간을 이동하기도 한다. 눈보라를 피하려는 등산객들의 긴급 피난처가 됐다가, 꼭대기층을 알 수 없는 빌딩의 엘리베이터로 변신해 무한상승 하기도 한다. 또 과거로 돌아가 사무라이들의 은신처 노릇도 한다. 때로는 별 개연성 없는 다락방의 공간확장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다락방 주인들의 하나같은 소망에서 다락방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