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7.08.17 11:15:14
내수판매 영향미미...환율개선으로 수출경쟁력 회복.
환율 반사이익 GM대우 > 기아차 > 현대차 순.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국내외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미국에선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증시급락에 따른 '역의 부의효과(Reverse Wealth Effect)'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원화강세 및 엔화약세 기조가 멈춰섬에 따라 수출기업, 특히 일본기업과 경합관계가 높은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로선 오히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내수시장의 경우도 서브프라임 사태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내수 호황기에 비해 이미 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근래 증시호황에도 '부의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에. 증시급락에 따른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일단 환율의 움직이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3년간 원화강세가 지속되고, 설상가상으로 엔약세 현상마저 지속됨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은 급속이 약화돼 왔다.
반면 일본 메이커들은 엔저를 무기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한국 메이커들은 부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도요타는 급기야 세계 1위 메이커인 미국의 GM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는 드라마도 연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원화강세가 멈춰서자 국내 메이커들은 반색하는 분위기이다. 여기에다 앤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가능성으로 엔화마저 강세로 돌아서자 더욱 고무되는 모습이다.
물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메카인 미국시장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슈퍼마켓을 가더라도 자동차가 필요한 미국의 실정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로 미국 자동차시장이 단기간에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대미 수출용 한국산 자동차의 경우 고급차 보다는 소형차가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환율상승(원화약세)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실제 기아차의 한 임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기아차에겐 오히려 기회요인"이라고 말한다. 수출차량이 저가의 소형차가 많은데다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일단은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서성문 한국증권 연구위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원화약세와 엔캐리 청산에 따른 엔화강세가 좀 더 이어진다면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수출쪽에서 수익성 호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국내 메이커들의 수출비중은 작년말 기준으로 현대차가 57%, 기아차가 70% 선이다. 이 때문에 환율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은 기아차(000270)가 현대차(005380)보다는 더욱 크다. GM대우의 경우도 조립반제품(CKD)를 포함할 경우 수출비중이 93%에 달해 환율변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국내증시 급락세를 야기했다. 워낙 충격파가 크다보니 증시 일각에선 손절매성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펀드가입자들 마저 환매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자동차 내수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1996년 164만대, 2002년 162만대까지 팔렸던 내수시장이 최근 몇 년간 120만대 안팎으로 이미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 추가로 위축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주식시장 침체가 길어진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올 상반기 자동차내수는 전년에 비해선 7.7%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보다는 미흡하지만 내수가 조금씩 개선되는 상황에서 증시침체의 장기화는 아무래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증시의 낙폭이 컸던 것도 그동안 많이 오른데 따른 '반작용'이란 측면이 있고, 과거와 달리 장기보유 펀드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추세적인 하락세로 전환했다고 속단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일정기간 조정을 거친후 안정세를 보인다면 최소한 '역의 부의효과'에 대한 우려 만큼은 빠르게 불식될 전망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계기업들로선 금융경색으로 자금줄이 조여지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증시급락으로 주식투자자는 물론이고 기업들도 소비위축 가능성에 우려한다.
반면 자동차처럼 수출비중이 높고, 환율변화에 민감한 기업들로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일련의 환율추이가 반가울 수 있다. 하지만 환율상승(원화약세)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만은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달러 및 엔화강세가 아직은 추세로 보이지 않지만 이벤트의 시작단계인 듯 싶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선 달러가 없어서 차입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달러강세 이벤트가 3주내지 한달, 그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