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10.06.03 10:45:18
정부...비과세·감면제도 손질, 공공기업 구조조정 등 본격화
추진동력 상실..세종시· 4대강 표류 가능성
[이데일리 윤진섭 정태선 안승찬기자] 6·2 지방 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남으로써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세종시나 4대강 사업 등 굵직한 현안들은 물론, 에너지문제, 공기업 개혁 등 이해관계자들이 민감하게 얽혀 있는 각종 정책현안들이 추진동력을 상실, 장기적으로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선거가 끝난후 기획재정부 등 정책당국은 일단 그동안 미뤄왔던 각종 경제정책 현안들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재정부는 우선 내년도 세수 확보를 위한 밑그림 작업에 돌입했다. 재정건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우는 원칙은 세수 확대와 적정 지출. 그동안 걷지 못했던 세원을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교육세 면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올해 일몰을 앞둔 50여개 각종 비과세 감면제도를 일괄 폐지할 예정이다.
그러나 비과세 감면 제도 가운데 비중이 큰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나 지방 교부세와 맞물려 있는 종합부동산세의 지방세 전환 등 이해관계자가 명확한 제도등에 대한 처리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게 관가 주변의 관측이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미뤄뒀던 '증세론'도 본격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 1인당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19%대로 떨어져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20% 밑으로 떨어진 상태. 2013~2014년 균형 재정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정부로선 증세를 통해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뜨거운 감자'는 술과 담배에 붙는 주세와 담뱃세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선거 직전인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담뱃세와 주세 인상은 정부로선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향후 녹색성장과 관련 있는 탄소세나 그동안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던 성형 목적 수술, 동물병원 등에 대한 과세 논의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게 관가의 예측이다.
그간 선거 때문에 억눌려왔던 공공요금 인상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공공요금 인상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그동안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상 시기는 `선거 이후`로 미뤄져 왔다.
우선 전기요금이 문제다.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에 미치지 못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전력(015760)이 지난 1분기중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식경제부는 일단 "현재로선 인상계획이 없다"(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 4월 기자간담회) "고 단언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더 이상 공공기관의 수지악화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올 7월을 전후해 소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덕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선거와 요금변경시기를 비교하면 몇몇 구간에서 선거 이후 요금반영이 이뤄졌다"며 "지방선거 이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3월 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를 2년만에 다시 도입하려다 돌연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못해 가스공사에 쌓인 미수금은 현재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달 중순쯤 윤곽이 드러나는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과 기관장 평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구조를 기본연봉, 성과 연봉, 직무, 기타 수당으로 항목을 단순화하고, 성과에 따라 차등 폭을 20~30%로 둘 예정. 하지만 신연봉제 발표와 공공기관장 평가 과정에서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거친 반발이 예상된다.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하반기 추진을 목표로 물밑에서 작업중이던 전문 자격사 제도, 부실 건설사 정리, 영리의료법인 도입 문제 등도 일제히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약사, 변호사 등 전문 자격사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전문 자격사 제도 도입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내년 상반기중 상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해당 이해단체들의 강력한 반발로 향후 격전이 불가피한 상태.
지방 경제 침체를 이유로 미뤄졌던 부실 건설사 정리 작업도 내주 초 정리 대상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의사들의 반발로 미뤄왔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 도입은 하반기에 논의될 예정이나 결론이 날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각종 노동정책의 향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장 오는 7월부터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를 담은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나 하반기 도입예정인 산업안전보건관리 기능의 일부 지방이양 등 각종 노동관련 정책이 민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연착륙 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민주당은 연초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 복수노조 허용 등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저지하지 못한 이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노동정책에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거시정책과 관련해선 정부는 일단 당분간 경기확장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남유럽 충격이 출구전략을 시행하고자 하는 나라에 일정한 영향을 분명히 줄 것"이라며 "정부는 현재의 거시 정책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온 만큼 2분기 이후 전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에도 일단 기존정책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서라도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은 상당 기간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추진돼 왔던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가뜩이나 정책 추진에 힘이 부쳤던 이들 사안들은 여당의 선거패배로 사실상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세종시 수정안이나 4대강 사업 모두 야당이 정부 심판론을 제기하면서 극렬 반대해왔다"며 "현 정권으로서는 더 이상 정책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전반적인 시장의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