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초록… 꼿꼿한 금강송 숲

by조선일보 기자
2008.10.30 11:28:00

송혜진 기자의 나무기행

[조선일보 제공] 첩첩이 검고 푸르고 또 붉다.은 숨막히는 초록과 아찔한 붉은 줄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금강송은 조선시대 궁궐용 목재나 왕실의 목관을 만드는 데 쓰였던 '귀족' 나무다. 조선시대 땐 전국 곳곳에 이 금강송의 벌목을 금하는 봉산(封山) 표석을 설치했는데, 이곳 소광리에도 이 표석이 남아 있다.


소광리 금강송 숲이 위치한 곳은 삼척과 울진의 경계를 이루는 응봉산·삿갓재 남쪽 자락이다. 검푸른 소나무가 숨 막힐 듯 에워싼 이 드넓은 숲(1610㏊)에 살고 있는 나무들의 평균 나이는 무려 150살. 200살이 넘는 소나무는 8만 그루에 이른다. 520살이나 먹은 할아버지 소나무도 두 그루나 있다.

숲 초입으로 들어서자 홀로 하늘을 받치고 서 있는 520살 먹은 할아버지 나무 한 그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해설도감' 윤주복씨가 넌지시 물었다. "저 녀석은 어떻게 저렇게 오래 살았을까요?" "그, 글쎄요." 윤주복씨가 씩 웃었다. "'등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죠. 잘생겼다면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고 베어갔겠죠?"

▲ 경북 울진 소광리 금강송 숲 한가운데 선 350년 된 미인송. 곧고 빼어난 자태 덕에 ‘미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조선영상미디어

산책로 끝엔 350년 된 미인송도 한 그루 서 있다. 못생겨서 살아남은 할아버지 나무와 달리 이 녀석은 워낙 잘생겨서 보호 받고 자란 나무. 높이는 35m, 가슴높이 지름은 82㎝에 이른다. 어떤 놈은 못나서 오래 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놈은 잘나서 목숨을 부지하기도 하고…. 세상 살아가는 방법도 참으로 가지가지인 게다.





숲 중턱엔 공생목(共生木)이 있다. 왜 공생목인고 하니, 80살 먹은 참나무와 120살 먹은 금강소나무가 글쎄 나란히 서 있는 걸로는 모자랐는지 '턱'하고 몸을 붙여버렸다. 흔히들 연리목(連理木)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같은 종의 나무끼리 이렇게 엮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다른 종류의 두 나무가 몸을 합친 것은 대단히 보기 드문 일이다. 숲 해설사 김원동씨는 "이곳 사람들이 이 나무를 보면서 태백에 있는 참나무가 금강소나무에게 반해서 울진까지 시집을 온 거라고들 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