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나의 올 댓 트렌드)미녀 스타, 이젠 맞춤 제작
by김서나 기자
2007.07.30 11:18:25
[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성형을 통해 미녀로 변신시켜주는 리얼리티 쇼가 케이블 채널을 채워가더니 이젠 미녀 스타의 제작 과정을 담은 쇼 프로그램까지 탄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Mnet에서 방영 중인 '미려는 괴로워'는 '사모님' 캐릭터로 인기를 모은 전 코미디언 김미려가 가수로 데뷔하기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방송 초기에는 거짓 연출에 대한 의혹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더니, 이후 성형수술에 대한 우려로 초점이 옮아가고 있다.
같은 방송사의 'M!카운트다운' 생방송 중 김미려가 울먹거리며 뛰쳐나갔던 장면이 의도된 연출로 의심이 되면서 그녀를 걱정해주었던 팬이 아니더라도 잠시 의문을 가졌던 시청자들 모두 우롱당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
의혹이 명쾌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를 떠나서 눈물을 흘리며 무대 밖으로 뛰쳐나간 이유가 자신을 웃기는 사람으로만 보기 때문이란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연말 만해도 그녀는 사모님으로 얻은 인기로 각종 연예상을 휩쓸었으며, 게다가 그토록 벗고 싶은 그 이미지를 내세워 출연한 광고는 아직도 전파를 타고 있다. 그녀에겐 이 모든 것이 가수로 성공하기 전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할 수 없이 선택한 단계였다는 뜻인지.
어쨌든 그녀는 보통 수준 이상의 가창력을 바탕으로 가수 데뷔를 결심하는데, '미려는 괴로워'는 지금까지 김미려의 꿈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 마치 외모 탓인 양 변신 개조에 돌입했다. 급하게 잡은 데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운동보다는 지방 흡입이라는 지름길을 택했고, 충분히 매력 있는 외모까지 성형으로 손을 볼 예정이다.
'미려는 괴로워'에 모태가 된 건 바로 영화 '미녀는 괴로워'.
의외의 빅히트를 기록한 이 영화는 외모보단 내면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지만 관객들에겐 성공적인 전신 성형으로 이루어낸 인생역전 드라마로 느껴질 뿐이었고 성형을 부추기는 역할까지 한 것도 부인할 순 없을 듯하다.
물론 성형을 무조건 배척해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컴플렉스로 남아있는 부분을 고치는 방법으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정도가 아니라 성형 중독에 빠져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까지 버린다면 문제가 큰 것.
남녀 구분 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성형이 흔해지면서 수술 사실을 스스로 밝히는 연예인도 늘어나고 있는 요즘, 이를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그 정도를 넘어서 튜닝, 보수라는 가벼운 표현과 함께 당연시하는 태도까지 보일 땐 조금은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타고난 미모나 재능으로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내기보다는 거대 기획사를 통해 길러지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는 시대. 이들은 성형으로 정돈된 외모와 훈련을 통해 학습한 쇼맨쉽으로 트렌드에 맞게 맞춤 제작되고 있다.
주입식으로 제공되는 홍보성 뉴스들로 인해 대중들은 본인의 선호와는 관계없이 연예인 지망생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나아가 스타로 혼동하게 되는데, 하지만 그만큼 흔해진 수많은 연예인들을 보며 대중들은 자신도 얼마든지 그들처럼 변신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반면 더 이상 예전 스타들에게 가졌던 동경이나 신비감을 품지는 않는다.
외모 지상주의가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지만, 외모가 나의 가치 전부를 대변할 순 없다. 타인의 미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성형에 계속 매달리다보면 결국 원하던 뻔하게 예쁜 외모를 갖게 될지는 몰라도 여전히 '스타 워너비'일뿐 다른 사람들을 리드하는 롤 모델은 아니다.
영화 '드림걸즈'에서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비욘세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았던 제니퍼 허드슨은 볼륨 있는 몸매를 자랑스럽게 유지하고 있으며, 많은 가수 지망생들의 롤 모델로 군림하고 있는 비욘세는 이 영화 속에서 선보인 마른 몸매가 맘에 들지 않아 터질 듯한 섹시미를 되찾기 위해 최근 다시 살을 찌우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