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들 동양의 美에 빠지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07.06 10:54:51

나이키에 봉황문양 휴대폰에 수묵채색화등
아시아 상징물 대거 반영

[조선일보 제공] 글로벌 브랜드들이 동양미(美)에 푹 빠졌다. 제품 디자인에 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의 상징물들을 대거 반영하고 있다. 분야도 의류·화장품·가전을 비롯한 여러 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구에서 유행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유럽에서 동방의 나라에 대한 동경을 소재로 삼는 풍조)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골프 브랜드 ‘나이키 골프’는 올여름 새로운 여성 골프복을 내놓으면서 우리 전통 문양을 활용했다. 옷에 봉황 문양과 나뭇잎 무늬를 넣어 디자인한 옷을 출시했다. 나이키 골프측은 “한국적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전 세계 여성 골퍼를 끌어들인다는 목표로 이 제품을 만들었다”며 “나이키 골프가 미셸 위와 박지은 선수를 후원하고 있기도 하지만 동양의 신비로움을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디자인은 이번 시즌 나이키 골프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 출시됐다. 나이키 골프는 “동양적 요소를 활용한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앞으로 동양적 분위기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는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T전시회 ‘세빗2006’에서 외장을 동양적인 꽃무늬로 디자인한 ‘라무르(L’Amour·사랑) 시리즈’를 선보였다. 한 폭의 수묵채색화를 휴대전화에 옮겨놓은 느낌이 든다. 전통적으로 유럽 휴대전화 업체들은 견고함과 실용성을 강조해 단말기를 디자인하지만 노키아는 동양적 분위기로 변화를 줬다.

HP는 지난 5월 ‘상감기법’을 활용한 노트북 ‘파빌리온 dv2000’을 출시했다. 한국HP는 “도자기 표면에 무늬를 새겨 그 속에 금·은 등을 넣어 채우고 다시 굽는 상감기법을 응용해 노트북 겉면의 물결 무늬를 만들었다”며 “노트북 겉면에 금속으로 무늬를 낸 다음 그 위에 코팅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HP는 “상감기법은 아시아·유럽·미주 대륙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고 말했다.





샤넬은 ‘상하이 레드’라는 립스틱과 ‘블루밍’이라는 아이라이너를 내놓고 있다. 샤넬이 중국을 주제로 해서 내놓은 제품이다. 샤넬은 지난해 중국 칠기자개 병풍 그림을 화장품 케이스에 새겨넣기도 했다.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는 올가을·겨울용 제품을 내놓으면서 동양의 금속 장신구 모양을 응용한 문양을 케이스에 넣었다. 프랑스 화장품업체 비오템은 지난해 인기 여가수 ‘이효리’의 이름을 딴 립글로스 ‘효리 핑크’를 내놓고 아시아 전역에서 판매하고 있다. 비오템측은 “본사에서 아시아의 최근 경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이 개봉되면서 동양적 색감과 디자인을 활용한 의류 제품과 화장품이 잇달아 출시되기도 했다. ‘바나나 리퍼블릭’과 같은 의류브랜드는 기모노 스타일을 변형한 드레스를 내놓았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프레쉬’는 사케(일본 청주)를 이용한 목욕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케와 재스민 잎을 첨가한 목욕용품을 출시했고, 진주 가루를 첨가한 파우더처럼 영화에 소개된 방법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나이키 골프 의류 담당 김지영 과장은 “아시아의 비중이 높아지고, 아시아에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오리엔탈리즘과 관계가 있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동양미를 찾아, 그 속에서 새로움을 끄집어내려는 외국 브랜드의 노력이 상당 기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