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가 된 기분 짜릿해"…中 역작 '검은 신화: 오공'[잇:써봐]

by김가은 기자
2024.09.28 09:53:08

中 ''검은 신화: 오공'' 체험기
실제 산에 들어온 듯한 그래픽과 다양한 전투 인상적
원작 ''서유기'' 내용 찾아보며 게임해보니 재미 두 배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원숭이왕 ‘손오공’을 처음 마주한 건 초등학생 시절 브라운관에서 흘러나온 ‘날아라 슈퍼보드’ 만화였다. 원작이 서유기인 줄도 몰랐지만 만화 방영 시간마다 TV 앞에 붙어앉아 있을 정도로 재밌었다. 눈이 나빠진다는 말과 함께 날아온 어머니의 ‘등짝 스매싱’에도 멈출 수 없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 ‘내가 산 TV’가 생긴 기자는 최근 또다른 손오공에 푹 빠져버렸다. 바로 중국의 최대 역작 ‘검은 신화: 오공’이다. 사실 검은 신화: 오공의 주인공은 손오공이 아니다. 자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돌 원숭이 손오공이 죽은 후 그의 고향인 화과산에 살던 원숭이 중 하나가 게임 이용자다.

중국 게임사이언스에서 개발한 ‘검은 신화: 오공’ 플레이 장면(사진=김가은 기자)
‘천명자’로 불리는 원숭이로 손오공의 흩어진 여섯 영혼을 모아 그를 환생 시키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점이 골자다. 원숭이왕의 먼 후손이라 그런지 외모는 물론, 능력까지 모두 물려받은 천명자는 삼장법사를 도와 서천 땅으로 갔던 손오공의 과거 행적을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그를 좋게 혹은 나쁘게 기억하는 인연들을 만나 협력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오공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털 한올 한올이 모두 세심하게 표현돼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의 배경이 되는 산과 강, 사원 등이 실제를 방불케 할 만큼 높은 그래픽으로 구현돼 있었다. 이처럼 고품질의 그래픽으로 빚어진 보스 몬스터들 또한 눈을 즐겁게 했다. 실제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개수와 동일하게 101개의 보스 몬스터가 마련됐는데 각기 다른 생김새가 고스란히 표현돼 있었다.



‘검은 신화: 오공’ 보스 몬스터 중 ‘적조’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영상=김가은 기자)
전투는 물론 스토리 또한 훌륭했다. 전투의 경우 벽곤, 입곤, 착곤 등 크게 3가지 봉술이 존재한다. 이용자 개인 취향이나 적의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면에 넓게 퍼지는 공격을 주로 행하는 보스 몬스터라면 길게 늘어난 봉 위로 올라 앉아있다 강한 공격을 구사하는 입곤을 활용하는 식이다. 또 적을 멈춰 세운 후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정지술’처럼 다양한 법술도 존재한다. 전투를 하는 동안 마치 내가 손오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서유기 원작을 읽었다면 재미는 더 배가된다. 게임 내 세계관이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재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원작을 읽지 않은 기자는 1막을 마친 후 서유기에서 삼장법사의 금란가사를 훔치려 했던 주지승의 이야기를 따로 찾아봤다.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그래픽과 효과에 감탄하는 수준이었으나 원작을 읽고 전후사정을 알게 되니 더 흥미로웠다.

원작 서유기에서 삼장법사를 죽인 후 금란가사를 뻇으려 했던 주지승이 ‘검은 신화: 오공’의 요괴로 표현됐다(사진=김가은 기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세부적인 그래픽 최적화가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고품질을 구현했지만 폭포수 아래나 눈이 덮인 지역, 도깨비불 등을 바라볼 경우 여러 개로 겹쳐보이거나 한동안 게임 자체가 버벅거리는 등 문제를 보였다. 또 동굴이나 건물 안의 명암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검은 신화: 오공은 주로 서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었던 것과는 달리 동양의 고유한 설화를 충실히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작 서유기를 재해석하고 꼼꼼히 반영해 대중적 재미를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결국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 비결은 기술이 아니다. 지식재산권(IP)의 힘과 이를 재해석하는 역량이 주효했던 셈이다.

검은 신화: 오공은 서유기는 잘 모르지만 어린 시절부터 손오공을 접해왔다면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원작을 찾아가며 플레이하는 재미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서유기도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