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탁신파, 피타 손절했다...군부와 손잡고 집권 채비

by박종화 기자
2023.08.03 10:12:14

연정 구성서 전진당 배제…군부정당과 연합 전망
''부동산 재벌'' 스레타, 총리 후보로…탁신, 배후서 권력행사할 듯
''왕실모독죄 폐지'' 등 개혁 의제도 후퇴 불가피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탁신 친나왓 전(前) 태국 총리 세력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이 집권을 위해 군부와 손을 잡기로 했다. 지난 총선(하원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전진당은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하고도 정권에서 배제될 상황에 몰렸다.

2일 태국 방콕 프아타이 당사 앞에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전진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프아타이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AFP)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아타이는 “새 정부 구성 협상에서 전진당을 참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군부가 중심이 된 의회 내 보수파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전진당과 손을 잡고선 정부 구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프아타이는 인민국가권력당(팔랑쁘라차랏) 등 친군부 세력과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군사 쿠데타로 탁신 전 총리가 축출된 이후 태국 정국을 두고 맞서 왔던 탁신계 정당과 군부가 집권을 위해 손을 잡는 상황이 됐다.

프아타이가 군부와 손을 잡으면서 전진당은 정치적으로 고립됐다. 전진당은 지난 5월 총선에서 징병제·왕실 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20년간 태국 정치를 양분해 온 군부와 탁신 전 총리 세력에 대한 염증 때문이다. 이 기세로 전진당은 피타 림짜른랏 대표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지만 군부가 임명한 상원 지지를 얻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다. 결국 전진당은 연정 구성 주도권을 원내 2당인 프아타이에 넘겨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선거관리위원회는 피타 대표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고 헌법재판소에 심리를 요청했다.



전진당을 ‘손절’한 프아타이는 부동산 재벌 출신인 스레타 타위신을 총리 후보로 공식 추대했다. 타위신은 지난해 정계에 입문한 정치 초년생으로 사실상 탁신 전 총리가 배후에서 권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각 후 외국으로 망명한 탁신 전 총리는 오는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전진당 배제로 새 정부의 개혁 기조도 대거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프아타이는 당장 왕실 모독죄 폐지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촌난 스리깨우 프아타이당 대표는 “이는 모든 태국인의 정신적 심장으로서 국가 핵심(왕실)을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정치 변화를 원하던 개혁 지지층은 프아타이와 군부의 야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도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프아타이 당사 앞에서 시위하며 ‘프아타이는 국민을 배신했다’고 항의했다. 차이타왓 뚤라톤 전진당 사무총장은 “왕실 모독죄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기득권층은 전진당이 집권하는 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최고 권력은 국민에게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