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동승자가 시켰다" 을왕리 음주운전 벤츠 운전자 눈물

by황효원 기자
2020.12.23 08:55:06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다 치킨 배달원을 치어 사망케 한 30대 여성 운전자와 차주인 동승자가 법정에서 진실공방을 벌였다.

음주 운전자 A씨(왼쪽)와 동승자 B씨. (사진=연합뉴스)
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는 22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동승자가 운전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운전자는 검찰이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4·여)씨는 “동승자 B(47·남)씨가 운전하라고 시킨 사실 있느냐”는 B씨 변호인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B씨의 변호인이 “그런 말을 언제 했느냐”고 하자 처음에는 “(술을 마신) 호텔 방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후 (주차장에 있는) B씨의 차량으로 가면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가 이후 “차 안에서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A씨는 “차안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B씨가 ‘처음 술을 샀던 편의점 앞까지 가자’고 했고 운전을 하게 됐다”며 “편의점 앞에서 잠시 멈췄더니 더 가라는 식으로 앞을 향해 손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B씨는 A씨와 공범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B씨는 앞선 재판에 이어 이날도 음주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음주운전 교사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측 변호인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아 A씨를 신문한 것”이라며 “음주방조는 책임져야 하지만, 다소 억울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양측 주장을 정리한 뒤, 피고인 A씨와 B씨에 대해서 신문하기로 했다.

이들의 다음 공판은 2월2일 오후 4시 3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A씨는 지난 9월9일 0시 52분쯤 만취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194%(0.08% 이상이면 면허 취소)에서 벤츠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C(54)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B씨는 A씨에게 술에 취한 상태로 자기 회사 소유 벤츠 차량 문을 열어 주는 등 운전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