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제약, 이번주 ‘균주 논란’ 결판
by노희준 기자
2020.07.05 15:49:17
미 국제무역위(ITC) 현지시각 6일 예비판정
한국시간 7일 새벽, 7일 중 공개 전망
균주 도용 및 나보타 수출 여부 등 결정
지는쪽 거액 손해배상소송 피소 등 불가피
예비판정 후 11월 본판정…번복 가능성↓
| 서울 강남에 자리한 대웅제약(좌)과 메디톡스 회사 전경. 이데일리DB |
|
[이데일리 노희준 박일경 기자] 이번주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문제로 수년째 분쟁 중인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 운명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정으로 결정된다. ITC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쪽은 막대한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하는 동시에 신뢰 추락이 불가피해 큰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 ITC는 현지시각으로 6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다툼에 대한 예비판정을 내린다. 이 결과는 한국시간으로 7일 오전께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 판정은 오는 11월 나오지만 예비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016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두 회사의 진실공방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ITC는 무역 문제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권을 가진 미 대통령 직속의 준사법적 연방독립기관이다. 해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미국에 수입돼 자국 산업에 준 피해를 조사하고 실질적인 수입 제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며 ITC에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제소했다. 보툴리눔 균주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에 주로 쓰는 전문의약품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 대웅제약은 ‘나보타’라는 각각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메디톡스 주장은 자사 보톡스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맞서왔다. 나보타는 지난해 2월 국산 보톡스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어 같은해 5월 주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출시됐다.
ITC는 애초 지난달 초 예비판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추가 자료 제출을 승인하면서 한달 예비판정을 미뤘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국내에서 과거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메디톡신을 제조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한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ITC가 메디톡스 손을 들어주면 대웅제약은 나보타 미국 수출길에 빨간불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역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처분을 받아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 메디톡스는 반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에 이어 국내 다른 보톡스 업체들에 대해 균주 출처를 문제 삼는 도미노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ITC가 대웅제약 주장을 받아들이면 메디톡스는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메디톡스는 ITC 예비판결을 상황을 반전시킬 마지막 카드로 사실상 여겨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어느 쪽이든 지는 쪽은 상대로부터 거대함 손해배상소송에 직면하고 그간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신뢰 추락이 불가피하다. 또한 관련해 국내에서 제기된 민형사 소송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예비판정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아든 한쪽은 ‘본게임’인 최종판정이 남아있고 국내 민형사소송과 ITC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을 전망이다. 실제 예비판정에 대해 당사자는 일종의 볼복 절차로 ITC 위원회(5~6명)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오는 예비판정은 위원회 판단이 아니라 ITC에 소속돼 사건을 살펴보는 행정판사 개인의 판단이다. 아울러 오는 11월 나올 예정인 ITC 최종판정에 대해서도 위원회 재심이나 미국 연방항소법원 항소 절차를 통해 다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예비 판정결과가 나오면 양측이 합의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특히 업계 신뢰 추락을 가져온 치킨 게임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론이 어느쪽으로 나든 양측이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 그렇게 하는 게 좋다”며 “관건은 이긴 쪽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보상 방안을 진 쪽에서 내놓을 수 있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존심 싸움에까지 다다른 두 회사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합의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