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대변신 나선 석유협회..강봉균 회장, 위기극복 나서

by성문재 기자
2016.10.17 09:22:44

강봉균 협회장 취임 직후 조직개편과 인사 단행
상근부회장직 부활..문일재 전 조달청 차장 영입
"싱크탱크 역할해야..외부전문가 확보, 정책 뒷받침"
정유업계, 신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박차

강봉균(왼쪽) 대한석유협회 회장과 문일재 상근부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대한석유협회가 대변신에 나서며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섰다. 석유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요동치면서 정유업계의 위기감이 여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17일 석유협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으로 지난달 취임한 강봉균 신임 협회장은 곧바로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하며 협회의 달라질 행보를 예고했다.

강봉균 석유협회장은 “협회는 전문적 싱크탱크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시야를 갖추기 위해 외부 전문가 풀을 확보하고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1999년 이후 17년만에 상근 부회장직을 부활시키고 문일재 전 조달청 차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문 부회장은 과거 재경부에서 물가정책과장 등을 역임했고 대통령비서실에서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1980년 출범 당시만 해도 회원사 대표가 돌아가며 협회장을 맡고 외부인사가 상근부회장을 지내다가 1999년부터 상근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부회장직은 폐지됐다.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상근직으로 운영되는 것은 협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회원사들의 의견을 좀더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업계와 정부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일재 부회장은 취임 직후 “중장기적으로 산업발전 방향과 비전을 모색해 산업이 원하는 미래방향을 고민할 것”이라며 “협회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또 정책본부, 홍보본부, 전략본부 3본부 체제를 대외협력본부, 정책개발본부, 경영지원실의 2본부 1실로 개편했다. 대외협력과 정책개발을 양대축으로 강화해 업무 전문성을 키우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재 20여명에 불과한 협회 인력은 연내 충원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안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석유 수요 감소에 대한 대비가 더 늦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배경이다. 환경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경유(디젤)의 미세먼지 배출 이슈도 부각됐다.

정유사들은 이미 본업인 정유업 이외 신성장동력 마련에 힘써왔다.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SK이노베이션(096770)은 현재 중국 생산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지 업체와의 합작을 추진중이다. GS칼텍스는 지난달말 폐목재 등에서 차세대 연료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하는 실증 사업에 세계 최초로 착수했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약 5조원 규모의 고도화 및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올레핀 다운스트림 사업 진출을 준비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 설립한 현대케미칼 공장을 완공했으며 연내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현안으로 불거지진 않았지만 석유산업 자체가 미래에 계속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타 에너지원과의 경쟁, 새로운 운송수단의 출현, 기후변화 등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