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反육지기업 정서`에 재계는 힘들다?

by안재만 기자
2012.02.08 10:45:17

농심 삼다수-풍력발전-맥주공장 설립 등 놓고 갈등
기업들 "너희가 해준게 뭐냐 지적많아" 토로
`대기업, 지방 활성화에 도움 줘야` 지적도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재벌가 딸들의 제빵사업 진출로 반(反) 기업 정서가 심각한 가운데, 재계 일각에선 제주도의 반 육지기업 정서로 사업이 순탄치 않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도가 작년말부터 유독 도내기업 육성에 골몰하고 있는데 그 여파로 대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 물론 반대로 "지방의 이익을 환원하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사업에 제동이 걸린 곳은 한진그룹과 롯데그룹, 농심(004370) 등이다. 풍력사업 진출을 타진한 한국전력(015760)과 포스코, 두산중공업, 한화 등도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005430)은 작년 11월 제주도에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월 3000톤에서 6000톤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3월쯤 제주도가 9000톤까지 허락하겠다는 뉘앙스를 보였던터라 한국공항은 허가가 나올 것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증량을 불허했다. 제주도민과 환경단체들이 "공공의 이익을 막 퍼주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 탓이다. 이에 작년 한해에만 항공기 5대의 정치장을 제주에 두는 등 `제주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물 갈등`은 한진그룹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농심과 맺었던 삼다수 사업계약을 파기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또 롯데그룹의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제주도 프리미엄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제주지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자격 제한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는 롯데의 잘못이 아니었다. 제주도는 롯데의 요청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할 제주지역 기업을 물색했지만 98억여원을 출자할 기업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프리미엄맥주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실제 제주에는 이 정도 출자여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공모 기간에 6개 지역농협이 응모했으나 출자금이 15억원에 지나지 않아 자격 미달처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