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 판촉비 조금 썼는데 20% 약가인하라니.."

by천승현 기자
2011.07.25 11:37:17

복지부, 철원보건소 리베이트 금액으로 6개사 약가인하 예고
제약사 "거래처 한곳에 제공된 리베이트에 불과" 행정소송 검토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약가인하 처분이 예고된 제약사들이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보건소 한 곳에 제공한 리베이트 행위만으로 해당 의약품의 약가를 일괄 인하하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는 이유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의 특별단속으로 적발된 동아제약(000640), 한미약품(128940), 일동제약(000230), 구주제약, 영풍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 6개사가 지난해 철원보건소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115개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가 예고됐다. 이중 동아, 영풍, 구주 등은 최대 인하율인 20%가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 2009년 정부가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 약가 최대 20% 인하제도`를 도입한 이후 첫 사례다.

보건복지부는 처방액 대비 리베이트 금액 비율로 리베이트 연루 품목의 약가 인하율을 산정했다. 지난해 9월 복지부가 고시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이 약가인하율 산정 근거다. 

A병원이 B제약사의 의약품을 매월 100만원을 처방하면서 20만원에 해당하는 금품이나 물품을 제공받았다면 약가인하율은 20% 적용된다. 이는 제약사가 통상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철원보건소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제약사들도 철원보건소의 처방 총액 대비 리베이트 금액을 기준으로 약가 인하율이 확정됐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반박도 만만치 않다. 특정 거래처에 제공한 금품·물품만으로 의약품의 약가를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제약사 리베이트 행위의 경우 전국 수십개 의료기관에 4년 동안 제공한 리베이트 행위를 문제삼았다. 이때 공정위는 적발된 의약품의 전체 매출을 토대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일부 제약사들은 "적발된 의료기관에만 한시적으로 진행된 행위를 의약품 전체 매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동아제약, 한미약품, 녹십자, 유한양행, 중외제약 등이 제기한 불복소송에서 "회사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리베이트가 제공됐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약가인하를 결정한 철원보건소의 경우 공정위의 사례와는 다르다는 게 제약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당시 공정위는 전국 수십개 의료기관에 제공된 리베이트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철원보건소의 경우 단지 1개 의료기관에 제공된 리베이트 사건을 토대로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무리한 행정남용이라는 얘기다. 복지부의 약가인하 심의 과정에서 해당 제약사들은 이같은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철원보건소가 처방하는 금액이 한달에 10만원도 채 안되는데 리베이트 비율이 20%가 넘었다는 이유로 약가를 20% 인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검토중이다"고 말했다.